[교단에서] 사도(思悼)
[교단에서] 사도(思悼)
  • 경남일보
  • 승인 2015.09.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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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
주말에 ‘사도’ 영화를 관람했다. 조선 후기,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의 비련은 역사상 가장 슬픈 부자(父子)의 이야기다. 천민 출신인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왕좌에 앉기까지 영조가 겪었을 모멸감과 위기감이 어떠했을지 짐작된다. 당파싸움이 만연한 정치적 상황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남아야 했던 영조이기에 오로지 공부만이 살 길이라고 하며 강한 교육법으로 아들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세자가 학문보다는 무예와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간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사랑보다 세자라는 중압감과 지나친 관심, 기대를 받으며 힘겹게 살아야 했던 아들에게 건넨 영조의 말 “어째서 너와 나는 마지막 순간에 다다라서야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말이냐.” 사도가 죽기 직전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번, 다정한 말 한 마디였소’라는 독백이 뇌리를 맴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입장과 처지가 이해되기에 어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어 마음이 무겁고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부자지간에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눌 기회가 있었더라면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여야 하는 비극은 막았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기대치와 눈높이가 달라 갈등이 깊어지고,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들의 소식을 방송에서 종종 접한다. 공감과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비극이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고민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하려 애쓴다면 난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 사랑과 정에 목마른 자들이 기댈 언덕은 가정이요,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이 또한 가족이기에.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반면 미운 털이 박히면 소소한 잘못이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질책을 가한다. 학교에서 아이들 간에 다툼이 생기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감정을 절제하고 관찰자로 서로의 언행을 떠올려 보다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발견할 때 상대를 진심으로 용서하는 마음이 생겨 화해하게 된다. 남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용서하며 관용을 베풀 때 자신도 남에게 이해 받고 용서 받을 수 있음을 자각하고 우리 모두가 마음 그릇을 키웠으면 한다.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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