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자각
변화와 자각
  • 경남일보
  • 승인 2015.09.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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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동 (경남문인협회 회장)
김연동
풍성한 메시지를 동반한 한가위가 지나갔다. 보내오는 인사말에 답하느라 시간을 꽤나 썼다. 엽서나 편지로 보내던 인사장이 sns나 카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체된 지 제법 오래되었다. 인터넷 매체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 간편한 소통 방식으로 인해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건 주문이나 원고 청탁까지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해결하는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필자는 질주하는 시대 앞에 진땀을 흘릴 때도 있지만 그나마 동행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필자는 워드프로세스로 인해 큰 낭패를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43년 전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25년 넘게 경필과 필경으로 시험을 출제하며 업무처리를 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고,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80년대부터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 컴퓨터 사용자가 90년대가 되면서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급기야 컴퓨터를 배우지 않고서는 배겨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빈정거리듯 스스로를 구세대라 칭하며 이를 피해 나가려 했던 필자와 비슷한 연배들도 뒤늦게 그 필요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좌판에서 손가락이 튕겨 나와 돌아서기 일쑤였다.

그런 가운데 승진이란 큰 산이 눈앞에 다가섰다. 당시 승진의 방법 가운데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전문직 공채가 있었다. 시험과목 가운데 워드 능력 테스트가 있었다. 필기시험에서 합격자의 배수를 뽑아 2차에서 워드실기로 합격자를 가리는 공개채용 시험이었다. 1차 시험에 합격했던 필자는 2차 시험, 즉 워드실기 시험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 이후 워드는 필자가 해결해야할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동료 교사들에게 한 수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시간의 반복이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학생을 가르칠까? 라며 빈정거릴 것 같아 뒤통수가 부끄러웠다. 다행히 다음해에 난제의 실기시험이 필기로 대체되어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지만, 전문직 발령 후 서툰 업무처리로 꽤 오래 동안 고통을 겪었다. 그런 고초를 겪은 후 앞가림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돌아보니 내 생의 한 고비가 그렇게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변화의 바람을 거부하며 피하려고만 했던 그 시절이 아쉽다. 넘어야 할 새로운 변화가 또 온다면 이제 피하지 않을 것 같다.
김연동 (경남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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