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꽃을 피워낸 시간
[교단에서] 꽃을 피워낸 시간
  • 경남일보
  • 승인 2015.10.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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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교사)
지난달 11일 (사)남일대보존회와 차인회가 주관하고 한국문인협회 사천지회가 주최한 ‘제1회 고운 최치원 선생 남일대 전국 백일장’에 참가하기 위해 필자는 아이들 인솔을 하느라 운전을 무려 7시간 가까이 강행했다. 좁은 산골분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탁 트인 바다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동안 교실에서 익힌 시 쓰기 기량을 직접 글짓기 대회에서 발휘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줘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안겨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에는 연연하지 말고 대회 자체를 즐기며 배운 대로, 느껴지는 대로 써보고 가자고 아이들을 격려했는데, 뜻밖에도 우리 분교의 5학년 아이가 장원을, 6학년 아이가 2위인 차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분교에서 올해 경남교육청에서 주관한 인문책쓰기동아리에 공모해 경남 초등 2개 학교에 선정돼 연말에 시집 발간을 위한 발행비를 확보해 놓고 시 쓰기 교육을 교육과정에 끌어들여서 실시해왔던 터였다. 국어교과서 외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시 쓰기 학습시간을 별도로 구성해 실시해왔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전국규모 대회에 1등과 2등을 휩쓴 것은 산골에선 글쓰기 붐을 일으키는 큰 사건이 됐다.

시 쓰기 학습활동 중에도 탁월한 짓기 능력을 나타냈던 5학년 장원을 수상한 아이는 ‘장원 상금 60만원, 차상 40만원이나 줘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장원이라니 하늘을 나는 것 같아요. 시 쓰기가 너무 좋아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본교인 화개초등학교와 왕성분교는 시조시인인 교장선생님을 포함, 시인 세 명이 소속돼 문학교육 인적자원이 풍부한 학교로, 올해 본교에서는 ‘동화쓰기’, 분교에서는‘시 쓰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연말에 본교는 전교생과 전 교사들이 엮는 동화집을, 분교에서는 시집을 발행할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인성교육과 연계해 생활이 시가 돼야 한다는 깨우침을 주어 시의 아름다운 본질을 이해하고 아름다운 실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계절 꽃을 피워낼 시간을 견디어낸 순박한 산골아이들은 이 가을에 연이은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문학의 팡파르를 울려 퍼지게 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모으고 있다.
 
최숙향 (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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