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아름다운 삶으로 이어지기를
[월요단상] 아름다운 삶으로 이어지기를
  • 경남일보
  • 승인 2015.09.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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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누구에게나 눈이 시리도록 옥빛하늘이 훤히 보이듯 시냇물 같이 맑고 맑은 유년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낮은 산도 힘겹게 넘어가는 무거운 구름 같은 삶도 있었으리라. 나 역시도 내 고향 거창군 위천면 마항에서 태어나 친구들과 진달래꽃 따먹으며 찔레 순도 꺾어 먹고, 산 노루처럼 뛰놀던 그때의 그 시절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흐르는 물에서 피라미나 미꾸라지를 잡아 고무신에 담아 놓고는 기뻐하며 삶이 무엇인지 알아가듯, 모양조차 알 수 없었던 앞날의 꿈은 마냥 아름답게 피어났으리라.

수승대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지금은 건널 수 없는 넓고 깊은 강물이 되어 위천천으로 흘려내려 어느새 주름 깊은 얼굴에 이르렀지만, 그러나 지금 그 강물이 묵묵히 흘러가고 있어도 참으로 산다는 게 쉬운 건 아니며, 얼마나 힘겹고 쓰리고 아픈 길인가도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아름다움에 취해 욕심부려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으랴만, 지난날 굽이굽이의 삶이었다 해도 강기슭에 척수대의 풍경처럼 한 폭의 고상하고 우아하게 어울릴 수 있는 삶의 과정이 필요한 건 아닐까?

모름지기 나이 먹을수록 몇 줄의 글이라도 써가며 아름다운 서정시가 되도록 다듬고 만들어 가는 좋은 감정이 일어났다 사라져 버릴지라도 그윽한 눈길로 성숙시킬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듬어진 마음을 간추리고 거듭 간추려서 쓴 짧은 글일지언정 읽어줄 사람이 있다면 새로 돋는 연두색 잎의 깨끗함과, 물무늬처럼 맑고 잔잔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기쁨이 있지 않을까?

나이를 먹으며 살아간다는 건 끝없는 깨달음의 과정이 되는 것도, 강 길을 걷다 보면 사람의 발에 밟히고 뭉그러지면서도 죽지 않고 굳건히 솟아나는 잡초를 보면 저절로 깨우쳐 고개 끄덕이게 되는 것을. 그래서 강가에는 어디엔가 반드시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으며,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의 발길에 밟혀 잎이 상해지고 찢겨지면서도 작은 풀포기는 뿌리내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삶이란 이토록 모질고 질긴 모습이기도 하지만, 또 얼마나 장엄하고 정숙한가. 우리는 이렇게 하찮고 귀한 잡초들의 삶에서 인생을 알아 가느니. 비록 지금의 나이가 깊은 강물이라 해도, 봄에는 젊은이와 같이 마음 설렐 수 있는 푸름을 가져야 한다, 서리치는 가을날 강물에 떠있는 붉은 낙엽을 바라보며, 더러는 추억에 잠길 수 있어야 하고, 언젠가는 조용히 눈을 감는 그런 날이 오겠지만 자신을 투시하며 생의 의미와 가능성을 잃지 않는 인생의 여정으로 그냥 아름다운 삶이 이어지길 바라자.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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