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신
라스트 신
  • 경남일보
  • 승인 2015.10.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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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장)
이승기
영화라는 종합예술이 탄생한 지 100년이 조금 넘었다. 역사는 짧지만 관객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예술이다. 영화는 감상하기가 쉽다.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쳐다보고 앉아 있으면 된다. 그래서 영화는 눈을 뜨고 꾸는 꿈이라고 한다.

영화는 모든 장면이 차곡차곡 쌓여서 큰 감동을 안겨주지만, 역시 라스트 신을 백미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은 영화에 대한 기억을 좌우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라스트 신 4편을 뽑아 보았다. 오래된 영화라서 요즘 독자들은 거의 접해본 적이 없겠지만 한번쯤 알아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첫번째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누님의 손을 잡고 본 프랑스 영화 ‘정부 마농’(1949)이다. 아베 프레보의 소설 ‘마농 레스코’를 나치 치하의 프랑스로 배경을 바꿔 현대화한 작품이다. 사막에서 죽은 마농을 거꾸로 메고 가다가 마농의 시신을 모래 속에 묻고 마지막으로 키스하는 장면은 어제 본 것처럼 선명하다.

프랑스의 전설적 배우 쟝 가방의 ‘망향’(1937)도 빼놓을 수 없다. 암흑가의 보스가 사랑 때문에 부두에서 체포된다. 멀리 여객선 위의 여인을 향해 절규하지만 뱃고동 소리가 모든 것을 묻어 버린다. 결국 그는 죽음을 선택한다. 항구의 철문을 붙들고 쓰러지는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게리 쿠퍼, 마를린느 디트리히 주연의 ‘모로코’(1930). 사회에서 추방당하고 말 못할 사정으로 쫓기는 자의 최후 은신처인 외인부대, 그리고 그들을 따라다니는 최하층의 여인들. 후속부대를 뒤따르던 여주인공이 사막에 하이힐을 벗어버린다. 모래바람이 그 구두를 뒤덮으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여주인공의 선택을 심도 깊게 표현했다.

나탈리 우드 주연의 ‘초원의 빛’(1961)은 첫사랑의 홍역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병원 퇴원 후 옛 연인을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결혼한 후다. 모든 것을 단념하고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워즈워드의 시가 흐른다. ‘다시는 안온다고 해도 서러워마라/차라리 깊이 간직된 심오한 힘을 찾으소서.’ 한편의 시어로 영화 전체의 주제를 표현한 라스트 신의 백미다.

이번 기회에 나만의 라스트 신을 손꼽아보는 건 어떨까. 영화는 인생 찬가다.
 
이승기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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