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자연을 닮으려는 인간의 노력
[경일포럼] 자연을 닮으려는 인간의 노력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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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농학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농장의 약 5m 폭에 가까운 작업도로를 가로질러 처져 있는 거미줄을 보면서 먹이사냥을 위한 거미의 사투에 경이로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인간이 거미와 같은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라고 생각하면서 생체모방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간은 자연계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모든 사물의 현상을 모방하고 응용해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즉 동물의 날카로운 이빨이나 뼈를 사용해 칼이나 창을 만들었고, 나무가 물에 뜨는 것을 보고 뗏목을 만들었으며, 벌침의 날카로운 끝을 보고 주사바늘을 만들었다. 또한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만유인력법칙을 체계화시켰으며, 파스퇴르는 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을 발명했다.

이러한 발명품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가 건축이 어떠한 틀 속에서도 구속받지 않고 독특한 양식을 창조할 수 있다고 본 것은 분명 가우디의 상상 속에 자연이라는 무한한 원천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가우디는 고향마을의 조그마한 시골집에서 자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자연이 아름다움을 탄생시키는 기원임을 일찍부터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생체모방 학문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생체모방(biomimetics)이란 생명을 뜻하는 bios와 모방이나 흉내를 의미하는 mimesis라는 그리스어에서 따온 단어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적 요소나 생물체의 특성을 연구하고 모방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흔히 찍찍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단추인 벨크로는 스위스의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열매 껍질에 갈고리를 만들어서 동물에 의탁해 씨를 퍼트리는 시골농장에서 골칫거리 풀인 도깨비풀을 보고 발명했다. 생체모방 사례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행기다. 르네상스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오랫동안 새가 나는 모습을 연구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기계를 설계했는데, 그 이름을 오니톱터(ornithopter)라고 붙였다.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연꽃은 비가 오는 날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이 잎을 적시지 않고 주르르 흘러내리도록 조직화돼 있다. 이러한 현상을 ‘연잎효과’라고 말하며, 연잎효과를 실생활에 이용한 예로 첨단 기능성 의복이 있다. 즉 물에 젖지 않으며 잘 더러워지지 않는 옷이다. 때가 묻지 않는 섬유의 비밀은 섬유표면에 아주 작은 보푸라기를 붙이는데 있다.

최근 단거리 수영선수들은 전신 수영복을 입기 시작했는데, 손으로 만지면 조금 거칠게 느껴지는 돌기로 덮여 있다. 이것은 상어가 물속에서 시속 60㎞의 속도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데, 상어 지느러미에는 물의 저항을 줄여 주는 작은 돌기가 나 있다는 사실을 재현한 것으로 전신 수영복도 작은 돌기로 인해 100m에 0.2초 정도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이전부터 생체를 모방하는 연구가 있었지만, 근래에 새롭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나노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소재과학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항상 자연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나 동·식물들의 행동을 깊이 관찰하면서 우리 인간들에게 필요한 창조물들을 끊임없이 발명하려고 노력해 왔다. 따라서 우리 선조들은 지구에서 존재하고 있는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알았으나 이렇게 편리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물음과 함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되지 않을까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박남창 (농학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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