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아래로부터 본 역사 교육의 현장
[대학생칼럼]아래로부터 본 역사 교육의 현장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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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미래 세대들이 배워 나갈 역사교과서를 정부가 단 한가지로 정하기로 하고, 심지어 교과서 수정요인이 ‘이념’이 돼버린 판국에 놓였다. 이 시점에 군인시절 간부에게 들었던 ‘사람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정수리와 어깨만 보이지만,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면 별의별 것들을 다 보게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의 말마따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안에 있어 가장 ‘아래’에 있는 집단은 학생들일 것이다. 하지만 정책 결정자들이 색깔론에 힘을 쏟고 있는 동안 정작 피교육자들은 고려 대상에서 멀찌감치 밀려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지난 2009년 교육과정 개정 전 ‘국사’와 ‘근현대사’로 나뉜 교과서로 역사를 배웠다. 국사 공부가 필수였던 서울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과목 공부에 시간을 쏟는 분위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의 사회적 여론은 20대들이 ‘역사를 잊은 세대’라며 핀잔을 주었고 ‘한국전쟁은 북한군의 무력도발로 인한 것’이라는 ‘팩트(fact)’를 분명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북침’과 ‘남침’ 사이에서 정답을 고민하는 ‘역사 바보’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됐다.

또한 국사편찬위원회 주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지난 2012년부터 인증자를 대상으로 특전이 주어지면서 취업을 위한 주요 스펙 중 하나가 됐다. 이즘에 맞물려 역사 재조명을 통한 지자체의 관광개발사업이 남발하고 역사적 인물을 재구성한 ‘팩션(Faction)’ 영화가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중들은 박람회나 영화관에서 교과서에 한두 줄 사이 축약되거나 생략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허기를 흐릿한 ‘행간’으로 채우고 있다.

대학에 들어와 역사적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던 중, 난생 처음 들어보는 사실들을 알았던 적이 있다. 이것들은 다큐멘터리나 위키피디아(Wikipedia) 한켠에 수록돼 있었다. 궁금해 하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사실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역사교육의 경험이 얼마나 인위적이며 빈약한가.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사실이 아니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내용이 있다면 반드시 수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피교육자들에게 풍부한 역사교육의 경험을 확보해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현재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방이 과연 ‘감 놔라, 배 놔라’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지훈 (경상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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