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나에게 온 사랑
[교단에서] 나에게 온 사랑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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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지난주 KBS1방송에서 방영된 ‘인간극장, 나에게 온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으로 재방송을 보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92살의 노모와 4년 전에 3세의 남아를 입양한 후 2년 전 4세와 3세인 두 형제를 위탁받아 키우고 있는 61살과 56살 부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 딸을 키워 놓고 여유롭게 살아도 되는 나이인데 이제 다시 손자 같은 어린 자식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들 덕분에 삶이 풍요롭고 행복하다는 부부와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는 삼형제를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 산고의 고통을 치른 아이가 아님에도 친자식처럼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최선을 다해 키우는 모습이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이들에겐 조금 특별한 ‘삼형제 육아공식’이 있다. 첫째, 아이들이 먹는 음식은 전부 친환경 건강식. 과자 대신 과일 말랭이, 아이스크림 대신 얼린 홍시 등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간식을 준다. 둘째, 텔레비전 대신 자연에서 놀기. 들녘에서 달리기 시합도 하고 호두를 주워 맛보기도 한다. 닭들과 흑염소들, 심지어 논밭에 기어다니는 애벌레까지 모두가 삼형제에게 좋은 친구이다. 셋째, 아빠·엄마와 함께 농사짓기이다. 아빠는 경운기에 삼형제를 태우고 함께 감자를 캐러 간다. 부모님을 돕는 농사일도 놀이가 되는 것이다. 집안에서 뛰어노느라 시끌벅적할 때면 매 대신 책을 들고 와 책을 읽어주거나 공부를 시키는 것으로 훈육하는 것이다.

경북 상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을 교과서 삼아 자녀를 교육해 두 딸을 의사와 간호사로 훌륭하게 키워냈다. 입양한 큰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했는데 말끔히 나았고,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던 둘째도 건강이 좋아졌다고 하니 이 부부의 특별한 육아공식은 입증된 것 같다.

“아이들이 지금 우리가 이렇게 키워줬다는 사실은 기억 못해도 돼요. 다만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았다는 느낌만 기억하면 만족해요.” 권태희님의 말이 뇌리를 맴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건강, 재능과 경제력을 이웃과 나눈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생명 같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주인공들이 보여준 진정한 사랑이 더욱 감명 깊고 존경스럽다.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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