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상
가을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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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국화 향기가 그윽한 만추지절이다. 샛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지난 여름을 푸르게 장식했던 나뭇잎은 낙엽되어 땅에 뒹군다. 노란 단감이 더욱 돋보이고 들길 구절초도 한잎 두잎 꽃잎을 내리고 긴 겨울잠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예전 같으면 지금쯤은 추수를 끝내고 긴 겨울을 지낼 갈무리가 한창이다. 시성 두보가 그의 시 추흥(秋興)에서 ‘곳곳에서 겨울옷을 마련하는지 백제성 부근에 다듬이소리 요란하다’고 읊은 것도 당시의 요즘 모습을 표현한 것인 성싶다.

▶올해도 가을은 우리에게 수고했노라며 풍요를 선사하고 이별을 고하고 있다. 시인 윤동주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를 통해 자신을 뒤돌아보는 성찰을 하고 있다. 사랑했는지, 열심히 살았는지, 남에게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아름다웠는지를.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미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자가 읊은 미(未)각(覺)지당(池塘)춘(春)초(草)몽(夢)계전(階前)오엽(梧葉)이(已)추(秋)성(聲)(못 옆 정자의 풀은 봄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계단옆 오동나무는 이미 가을소리를 내고 있다)의 글처럼 결실을 내야 할 때인데도 봄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도 마지막 정기국회로 평가를 받아야 할 즈음인데 이래저래 정치의 계절은 추야(秋夜)불가(不可)신(辰)에 추일(秋日)고(苦)이(易)암(暗)(한유:가을밤 길어 쉬이 새벽이 오지 않고 가을 낮은 짧아 쉬이 어두워지니 괴롭다)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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