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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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업계의 여걸 필리핀느 드 로뜨씰드
샤또 라뚜르, 샤또 마르고, 샤또 오 브리옹, 샤또 라피트 로뜨씰드, 샤또 무통 로뜨씰드. 세계 와인의 1번지인 프랑스 보르도에서도 특 1등급으로 분류되는 와인의 대명사 5대 샤또의 이름들이다.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보르도의 매독 및 그라브 지방에 있는 61개 샤또에 특 1등급부터 특 5등급까지 등급이 매겨졌다. 이 등급은 150년 넘게 변하지 않았는데, 딱 한 번의 예외가 있었다. 당시 특 2등급이던 샤또무통 로뜨씰드는 118년 만인 1973년 특 1등급으로 승격했다.

샤또 무통 로뜨씰드의 역사는 유럽의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영어식 발음) 가문의 후손 나다니엘 드 로뜨씰드(불어식 발음) 남작이 1853년 보르도에 포도밭을 사면서 시작됐다. 오늘의 명성을 일군 일등 공신은 나다니엘 남작의 증손자 필립 드 로뜨씰드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외동딸 필리핀느 드 로뜨씰드(Philippine de Rothschild) 남작이 회사를 더 성장시켰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뀐 보르도의 많은 샤또들과 달리, 성공적인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가는 셈이다. 스무 살 나이에 샤또를 가업으로 물려받아 평생을 와인에 바친 아버지와 달리, 남작의 외동딸은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살았다. 중년에 접어든 1980년대,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자 가업으로 되돌아왔다. 필립 남작이 1988년에 세상을 떠나자 53세의 나이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연극배우로 출발했지만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자로 성공한 비결은 그의 아버지가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해준 덕분이라고 한다. 그녀의 부친은 자주 “와인은 예술이다.”라며 예술가가 작품 다루듯 와인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부친 필립 드 로뜨씰드 남작은 1922년 스무 살에 샤또를 물려받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진취적인 경영 마인드로 샤또를 경영하기 시작한다. 샤또에서는 와인 생산만 하고, 중간거래상들이 와인을 병에 담아 유통시키던 당시의 관행에 맞서 자신이 만든 와인은 직접 병에 담겠다고 선언하고 1924년 샤또에서 병입을 처음 시작했다. 거기에다가 생산자 책임제를 도입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도까지 높이려는 혁신경영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면서 와인을 문화상품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하게 된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손바닥만 한 와인 병 라벨에 예술을 담기 위해 피카소, 달리, 세자르, 샤갈, 앤디 워홀 같은 세계적 화가들에게 해마다 라벨 디자인을 맡긴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와인의 국제화에도 선구적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와인 생산 기술을 미국에 접목하여 1979년 로버트 몬다비와의 합작으로 고급 와인 오푸스 원을 개발해냈다.

금융제국 로스차일드의 와인 사업부를 맡고 있는 필리핀느 드 로뜨씰드 여사는 일흔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일한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날 회사를 2배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의 부친이 작고하던 1988년 당시 1300만병의 판매량에서 로뜨씰드 여사가 경영을 맡은 2005년도의 판매량은 2600만병으로 배로 늘어났다. 같은 해 연간 매출이 1억6500만유로(약 2000억 원)에 달했다. 프랑스 전체로 5위, 보르도에서 매출 1위의 와인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예술가들의 그림을 라벨에 담았던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예술작품과도 같은 포도주 병 라벨로 전 세계 순회 전시회를 시작했다. 2004년의 라벨은 영·불 화친조약 100주년을 기념해 영국 찰스 왕세자의 그림을 담았고, 이를 기념하는 전시회를 뉴욕에서 열기도 했다. 최고급 와인의 이미지를 멋지게 활용한 명품 마케팅, 문화 마케팅 전략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아버지를 닮아 진취적이고도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춘 그녀는 부친이 프랑스-미국 합작의 고급 와인 오푸스 원을 만들었듯이, 딸은 프랑스-칠레 합작의 고급 와인 알마비바를 만들었다. 로뜨씰드 여사는 프랑스 와인에 기여한 공로로 국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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