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진주의 라 빌레트
[객원칼럼] 진주의 라 빌레트
  • 경남일보
  • 승인 2015.1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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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프랑수아 미테랑은 최근 IS의 테러로 주목을 받고 있는 프랑스의 대통령이었다. 그는 1981년부터 최장기로 통치한 최초의 사회주의 집권자였다. 하지만 그의 사회주의 노선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 때문에 실용주의 노선으로 돌아섰고 실업난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그의 핵심적 정책은 건축 및 건설 사업으로 압축된다. 제일 먼저 영국과 프랑스 해저터널을 건설하여 경제공동체인 유럽연합 결성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루브르 박물관 증축, 라데팡스 지구 건설, 미테랑 국립도서관 등으로 나열되는 일련의 대규모 도시사업에 몰두하였다.

라빌레트 공원은 이러한 바람을 타고 파리의 동북쪽에 탄생한 또 하나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원래 약 100년 동안 많은 도축장과 정육점이 모여 있다가 빈터가 된 곳이다. 이러한 곳이 도시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원으로 재탄생하면서 일약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는 공원이 매력적이면서도 21세기형의 새로운 개념을 가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상 도시 내에 공원의 의미가 크게 확대된 것은 17세기 바로크 시대부터이다. 베르사유 성처럼 바로크 정원은 주로 왕궁을 중심으로 장엄하게 뻗어나감으로써 절대 군주의 권력과 힘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였다. 한편 19세기 고전주의 시대에는 영국풍의 정원이 등장하게 된다. 이는 한마디로 휴식 공원이라 할 수 있는데 자연적이며 전원적인 풍광으로 인공미를 강조한 바로크 공원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에 비해 라빌레트는 문화생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공원에 불어넣게 된다. 즉, 영국 정원의 시냇물, 휴식 정자, 구릉지, 조각상, 숲 등은 과학, 산업, 교육, 오락, 예술 등의 장르를 어우르는 박물관, 공연장, 학교, 도서관 등의 복합문화 시설로 대치되었다. 진정한 천재성은 공원 전체에 균등하게 배치된 ‘폴리’라 명명하는 ‘점’과 이를 연결하는 보행로인 ‘선’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면’의 공간 구성에 있다. 특히 붉은 색의 조형건축물인 폴리는 안내소, 도서관, 카페, 전망대, 체험장, 스튜디오 등의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가지면서 전체 공원공간을 연출하는 기본요소로 작용한다.

한편 미래를 지향하면서 과거도 배려하는 건축가의 세심함도 엿볼 수 있다. 기존의 수로는 공원의 남북을 반으로 가로 지르는 축으로 사용되었으며, 과거 도축장의 핵심시설은 다목적 이벤트 홀로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중국 등의 이민자 거주 지역임을 감안하여 대나무나 용과 같은 형상을 소재로 한 디자인으로 지구 성격을 반영하였다. 이를 통해 라빌레트는 파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하였고, 그 배경에는 건축 사업으로 경제를 살리고자 했던 미테랑 대통령의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었다.

최근에 우리 진주도 다양한 도시 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막 시작한 ‘진주성대첩기념광장’ 사업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지역의 핵심 랜드마크인 촉석루, 진주성, 남강, 진주교 등에 인접했다는 장소성과 임진왜란 당시 진주의 외성이었다는 등의 역사성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본 사업은 진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에 우리는 라빌레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설계에는 우선 역사적 맥락과 지역 특성이 물씬 우러나야만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새로운 선언도 담아내야만 할 것이다. 이로써 천혜의 절경을 가진 남강변의 풍광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여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게 만들어야 한다. 진주대첩기념광장으로 방문객이 구름떼처럼 쇄도해 올 날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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