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동네 가게로 전락한 루브르
[객원칼럼] 동네 가게로 전락한 루브르
  • 경남일보
  • 승인 2015.12.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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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는 영국의 대영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루브르는 원래 ‘루파라’라는 군사 목적의 성채였는데, 16세기경에 개축해 프랑스 혁명기까지 왕궁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1793년에 공공미술관으로 개조해 일반에 공개하게 됐다. 개관 이후 가장 대대적인 공사를 한 것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인 1981년도이다. 이는 ‘그랑 루브르’라는 이름하에 시행돼 전시 및 소장 공간, 박물관 입구, 편의시설 등을 확충했다. 이 사업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돋보인 것은 대형 피라미드의 등장이었다. 이는 현대적 기술이 가미된 투명한 유리 구조물로 만들어졌고 옛 왕궁건축과의 극적인 대조를 이룸으로써 단숨에 파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게 됐다.

하지만 설계 당시에는 프랑스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사업을 반대했다. 문제는 지하에 설치되는 ‘나폴레옹 홀’이라는 이름을 가진 증축 공간에서 발단됐다. 이곳에는 안내데스크와 매표소 외에 지하상가가 들어서기로 계획됐다. 이미 말한 것처럼 루브르는 원래 왕궁이었고, 이후에는 세계 최고의 예술의 전당으로 신성시되는 곳이어서 그 설치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쉽게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경복궁 뜰에 지하를 파서 상가를 분양하겠다는 발상을 한 것이다. 프랑스 국민들을 더 황당하게 만든 것은 가게의 종류와 수준이었다. 간편하고 허접한 식당, 평범한 액세서리나 시계 가게, 심지어는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까지 입점하게 돼 있었다. 이는 파리하면 연상하게 되는 명품 가게, 환상의 요리, 낭만의 거리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심하게 받은 프랑스 국민과 언론들은 연일 대통령과 건축가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여갔다. 하지만 미테랑은 수백만 명의 대규모 실업자가 양산된 당시의 경제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사업을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뚝심 정책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됐고, 매년 일천만 명 이상이 루브르를 방문하는 경제 특수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는 문화콘텐츠의 대중화로 경제를 되살린 미테랑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자리매김했고, 오늘날에도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 진주도 최근에 다양한 문화사업이 추진됐거나 진행 중에 있다. 숙원이었던 이성자미술관을 필두로 경상대 고문헌박물관, LH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박물관, 진주성 대첩기념광장 등이 그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은 이러한 문화시설의 활용방안이다. 오늘날에는 그 기능을 단지 예술의 보존이나 전시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가미해 복합성과 융합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다. 즉 도시와 지역의 인문, 사회, 역사적 특징을 배경으로 해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연계시켜 문화 및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도시 발상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을 구멍가게 거리로 전락시킨 미테랑과 페이의 지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문화시설들이 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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