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4 (50)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4 (50)
  • 경남일보
  • 승인 2015.12.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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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4 (50)


“신경증세라면·····?”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난감한 표정을 짓는 문 주사를 대신해서 현태가 짧게 받았다.

“행색을 보면 짐작해야지”

거리를 떠돌며 쓰레기를 뒤지고, 아무데나 노숙을 하고-. 신고를 받고 가니까 파출소가 떠나가게 노래를 부르고 있더란다.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주소 성명을 얌전히 일러주다가도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분통을 터뜨리고 난장을 부렸고, 또 잠잠한가 여기고 있으면 느닷없이 자기 옷과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울고불고….

“자, 하나 씩 들어. 경황 중에 점심을 못 먹었더니 눈이 십리나 들어가는 것 같다”

잠시 자리를 떴던 문주사가 커피와 빵을 사들고 나타났다.

“여기 밥 먹은 사람 아무도 없어”

땅딸막한 키가 더욱 야무진 인상을 지어 보이는 문 주사의 불룩 튀어나온 엉덩이를 십대들 같은 발길질로 내지른 현태는 커피를 받아 양지에게로 내밀고 자기 몫의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건 그렇고 앞으로 어쩌면 좋을까, 양지 혼자선 아무래도 곤란하겠지? 홀몸도 아니던데”

현태가 앞질러 사후대책을 꺼냈다.

양지는 손을 바꾸어 가며 커피 잔을 기울어뜨렸다. 오른 쪽으로, 왼쪽으로, 하얀 종이컵에 일그러진 무수한 반원이 생겼다. 그럴 수밖에 아무런 대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너무나 졸지에 부닥친 일이다.

중얼거리듯 현태가 말했다.

“병원으로 옮기고 어머니께 연락을 하고-”

반사된 거울처럼 반짝 양지의 얼굴이 들렸다.

“그건 안 돼!”

“왜, 아무리 언니지만 처녀가 어떻게 산바라지를 할 거야? 더군다나 정신도 온전치 못한데. 그리고 번번이 어른들을 따돌리는 것도 안 좋아. 그런 자신감은 지나쳐서 어른을 무시하는 거야”

“아무튼 안 돼”

“고집 피우지마. 아무리 능력 없는 어른이라도 어른은 어른이고 부모는 부모야. 뒤늦게라도 이런 일을 아셨을 때 얼마나 상심하시겠어”

“그런 건 현태 씨가 간여할 일 아니야”

“왜, 간여할 일 아니야. 이번 일도 그래, 어른들께는 또 그렇다 치더라도 나한테까지 쉬쉬할 게 뭐야. 넌 똑똑한 것 같애도 때로는 형편없이 맹해. 앞뒤가 꽉꽉 맥힌 그 고집통 때문에 쉽게 해결 될 일도 키우고 악화시킨 거야”

곁에서 두 사람의 승강이를 듣고 있던 문수찬이 딱한 듯이 현태를 편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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