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살해보다 처벌 약한 자식살해
부모살해보다 처벌 약한 자식살해
  • 김귀현
  • 승인 2016.02.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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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가족인데 왜 형량 다르냐”…처벌 강화 여론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참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비속살해 범죄 가해자 처벌이 관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성에서 첫째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어머니 A씨에 대해 살인죄 적용이 불투명해지면서 부터다. 해당 사건에서 큰딸의 사망 원인이 어머니 등 장기간의 가혹행위인 것으로 판단되나 고의성 등 살해 의도는 명확히 드러난 바가 없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도내에서 일어난 비속 살해 사건으로는 고성 ‘큰딸’ 사건 외에도 지난 설 연휴 중 창녕에서 아들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사건과 2012년 창원 ‘주남저수지 남아 시신 유기 사건’ 등이 꼽힌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존속살해처럼 별도의 가중 처벌 조항(최소 7년 이상)이 없다. 또 영아 살해의 경우에는 일반살인(최소 5년 이상)보다 형량이 낮다. 창원에서 발생한 영아 살해 및 유기사건 역시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와 유기 혐의가 인정됐다.

지난 2014년 발표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연구논문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비속살해 건수는 총 230건이었다. 이어 존속 살해 피해자 연령은 9세 이하가 123명(59.1%)으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연령의 아동이 과반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속살해의 경우 법정 기소로 넘어가거나 부모가 아이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결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모가 기소된 아동학대 사망사건 22건 중 살인죄가 적용되고 확정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비속 살해도 존속 살해처럼 가중처벌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형량 적용의 차이를 두고 학계와 전문가들 역시 법안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가족을 살해했는데 직계나 비속이냐에 따라 형량 적용이 다르다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속살해 가중처벌 조항 신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법안 신설로 형벌 수위를 높이기보다 양형 기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존속살해와 비속살해의 범죄 적용이 다른 것은 각 사례 별 차이에서 나온다고도 볼 수 있다”며 “비속 살해의 경우 부모의 우울증 등 정신력이나 외부 환경 등이 구성요건으로 적용되다보니 낮은 형량이 선고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아동 학대와 연관된 비속 범죄에 관해서는 법관들도 민감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무조건 법안을 개설하기보다 양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가해자가 적법한 형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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