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사랑과 미움 그리고 욕심
[월요단상] 사랑과 미움 그리고 욕심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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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수필가)
무어라 단정할 수 없지만 짐작하건대 마음으로 느껴서 움직이는 두 가지의 감정이 있다면 미움과 사랑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 활동하는 무대에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도 많은 반면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모름지기 우리 인간에게 사랑은 삶에 있어서 의미와 가치를 지니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 싫어하고 미워하면서도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대상 또한 인간이 아닐까 한다.

서로간의 이해관계로 사랑과 미움에 대한 갈등이 가장 심하다고 볼 수 있는 건 그 대상이 자신이 되었을 경우이다. 인간에 대한 미움과 허무함이 따르는 건 인간에 대한 사랑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고, 자신을 몹시 실망하면서 미워하는 것 역시 자신에 대한 애착과 희망이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의 기운을 잃지 않는 테두리 내에서 정에 대한 촉수를 조금씩 낮추어야 함에도 강하게 일어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높이다 보면 삶은 또 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괴로워 할 수밖에 없다.

기쁨의 이유야 많겠지만, 사람과의 연관으로 나타나는 기쁨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서로가 만났을 때 사랑의 정감이 오가기 때문이다. 괴로움 역시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인간에 의한 괴로움이 가장 마음 아픈 까닭은, 서로가 마주쳤을 때 미움이 움튼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사랑의 정감만이 오가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세상 살기가 한결 부드러울 수 있다. 그러나 미움의 싹이 트기 시작하면 사랑의 왕래를 훨씬 앞서는 까닭에 삶의 현장은 별로 밝을 수만은 없다.

미움의 감정에는 늘 욕심이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누구나 바라는 바 희망을 방해하거나, 방해하는 것이 사람일 경우에 미움의 감정은 심하게 움직인다. 물론 기쁨의 원인도 인간이며, 슬픔과 괴로움의 원인도 인간이기도 하다. 쓰라린 슬픔의 원인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이 심지어 미움으로 변하는 마음의 작용은 누구나 몸소 겪을 수 있는 현상이다. 사랑이 쉽게 미움으로 변할 수 있는 건 그 사랑이 불순했기 때문이며, 또한 사랑을 빌미로 욕심을 채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 있지만, 그러나 욕심을 버린다는 건 삶의 의욕을 잃는 것과 같은데 과연 버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아마도 마음을 비우라는 건 삶의 의지까지 버리라는 건 아닐 것이다. 보람된 삶을 위한 능동적 의지는 갖되 욕심을 조금씩 줄이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성숙한 이성을 가졌다면 욕심을 줄여야 하며, 감정에 치우쳐 남을 미워하지 않고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꿈꾸도록 해야 한다.
 
이석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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