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로 국민추천포상 받은 김영호씨
재능기부로 국민추천포상 받은 김영호씨
  • 강진성
  • 승인 2016.03.2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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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베푼 은혜 봉사로 갚아야죠”
▲ 오랜 봉사활동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상인 국민추천포상을 받은 김영호씨가 자신의 라이브카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선정하는 2015국민추천포상을 받은 김영호(57)씨. 김씨는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에 가지 못해 지난 28일 진주시로부터 상을 전달받았다.

국민추천포상은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쳐 선정된다. 그가 받은 행자부장관상의 경우 전국 시도별 각 1명씩 총 17명에게만 주어진다. 전국에서 추천받은 700여명 중 그가 선정됐다.

그를 만난 곳은 진주시 금산면 금호지 인근 라이브카페. 김씨가 5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제보를 받고 찾은 취재진이 국민추천포상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다음달 열릴 달빛음악회 취재하러 온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는 남이 알아주길 바라서 한 일이 아니다보니 말 꺼내기를 쑥스러워 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는 “누군가 나를 추천했고 행자부 공무원이 직접 찾아와 면담을 하고 갔다. 선정됐다고 상을 받으러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굳이 상 받자고 서울까지 가야하나 싶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봉사활동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엇으로 도움을 줄까 고민하다 자신의 취미인 사진촬영을 택했다. 1988년 사진에 입문한 그는 사진작가협회 경남도전시회 초대작가로 선정될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씨는 진주를 비롯해 인근 지역 양로원을 돌며 영정사진을 찍었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만해도 1000장이 넘는다. 자비로 액자를 만들어 어르신께 선물했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그가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특별하다. 1992년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다.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3개월을 누워있었다. 지금도 후유증이 그를 괴롭힌다.

사고당시 그는 생활이 넉넉치 않았다. 그를 돕기위해 진주고등학교 49회 동기생들이 나섰다. 민&김치과 민도식원장이 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친구들이 돈을 모았다며 생활비에 보태라고 건넸다. 민원장은 김씨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도움 준 친구들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거절했지만 완고한 친구의 손길에 결국 건네 받았다.

그는 친구 도움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재활에 나섰다. 매월 보내오는 친구 도움이 1년째 될 때 그는 이제 괜찮다며 도움을 끊었다.

그는 “그동안 누가 도와준 지 몰랐는데 그제서야 친구들을 모아서 감사인사를 했다. 내가 받은 돈을 돌려줘도 받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준 은혜를 사회에 돌려주자고 그때 결심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양로원을 시작으로 영정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많았다. 산청 성심원과도 인연이 깊다. 한번은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찍었던 분이 돌아가셨다고 급히 영정사진이 가능하겠냐고 성심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부랴부랴 영정사진을 준비해 갔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환자 영정사진은 얼굴을 매끄럽게 보정작업을 해서 준다. 한 할머니는 자신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런 피부를 가졌을 것’이라며 기뻐하는 모습도 생생하다.

그의 봉사활동은 영정사진촬영에 그치지 않았다. 고성의 정신지체 장애인 시설에 봉사하러 갔다가 음악에 흥겨워 하는 아이의 모습을 봤다. 세수대아를 두고 난타를 하는 사이 한 아이가 즐거운 모습으로 춤을 췄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수녀님은 “음악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 음악봉사가 시작됐다. 진주 하대성당에서 음악봉사단 ‘평사초(평화와 사랑의 초석이 되자)’를 만들어 공연을 다녔다.

지금은 자신의 라이브카페를 찾는 단골손님과 함께 ‘이스턴밴드’를 결성했다. 그가 단장이다. 단원은 20여명. 대부분 직장인들로 악기연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매달 양로원에서 공연봉사를 하고 있다. 또 분기마다 가게 앞 금호지에서 주민들을 위해 ‘달빛 음악회’라는 이름으로 무료공연도 하고 있다. 경비는 전액 자비로 열린다. 올해 첫 ‘달빛 음악회’ 공연은 오는 4월 2일(토) 오후 7시에 열린다.

김씨는 “내 소원은 내 돈 써가면서 봉사하는 것이다. 꿈을 이루고 살기에 행복하다(웃음). 몸이 허락할때까지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행정자치부 장관싱인 국민추천포상을 받은 김영호씨는 친구들에게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자고 생각해 20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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