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품격
유권자의 품격
  • 경남일보
  • 승인 2016.04.1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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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이 지구상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최고의 스포츠는 월드컵이다. 올해는 올림픽의 해이기도 하고 국회의원 선거의 해이다. 공교롭게 월드컵과 올림픽과 국회의원 선거는 4년만에 치러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관이며, 법률을 제정하는 유일한 입법기관이고, 국정을 감시·비판하고, 예산을 심의·의결한다. 이렇게 방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다.

현재 우리나라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무려 27개나 된다. 각 정당은 본선에 출전할 대표선수를 모두 선발했다. 우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천심사 과정을 유심히 지켜 보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연출됐다. 이젠 어쨌든 공은 유권자에게로 넘어왔다. 프랭클린 P 애덤스는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라고 했듯이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기본적인 자질이 되지 않는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

중앙선관위는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944명이 후보등록을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4·13총선 후보 가운데 세금체납, 전과, 병역미필 기록 중 1개 이상을 갖고 있는 후보가 절반이 넘는 509명(53.9%)이었고, 383명이 전과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돼 전과자가 전체후보의 40.57% 차지했다. 서부경남에도 총선후보 13명 중 5명이 전과자다. 하물며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도 전국 17명의 현직 교육감 중 8명이 전과자다. 우리나라는 전과자 리더의 공화국인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전과자인 나라 대한민국이 정말 수치스럽다. 법을 어긴 전과자 리더가 나를 따르라 하니 누가 따르겠는가. 그래서 정치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돼 버리는 거짓말이 춤을 추고 교육은 비리가 춤을 춘다.

이번 4·13 총선에서는 최소한 법을 어긴 전과자 후보자만은 뽑아서는 안 된다. 동언해에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는 말이 있다.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깨끗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부패하면 아랫사람도 부패하게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논어 안연편에 ‘정(政)은 정(正)이다’라는 말이 있다. 솔선수범해 바르게 하는 것을 남에게 보이면 누구든지 바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국회의원은 각자 지역구에서 선출되지만 지역구 주민만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전체를 대표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인물을 뽑아보자. 유권자들이 변하지 않으면 정치판도 바뀌지 않는다. 교육이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듯이 정치도 국민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 우리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반성하고 유권자로서 품격을 높여 보자. 지금 우리가 비난하고, 비판하고, 성토하는 국회의원도 결국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이기에 우리 유권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의 품격을 높여야만 신뢰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리더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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