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겸손(謙遜)과 봉사교육
[교단에서] 겸손(謙遜)과 봉사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6.04.25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마을에서 아이들의 상처를 정성으로 치료해주는 테레사 수녀에게 한 주민이 물었다. “수녀님은 당신보다 더 잘 살거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사는 것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안 드시나요? 당신은 평생 이렇게 사는 것에 만족하십니까?” 테레사 수녀가 대답했다. “허리를 굽히고 섬기는 사람은 위를 쳐다볼 시간이 없답니다.” 참으로 ‘마더’다운 겸손한 대답이다.

이런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로 성리학의 철학적 개념인 ‘사단칠정’ 중 ‘사양지심(辭讓之心)’과 관련이 깊은 예(禮)의 실천적 행위이기에 사람됨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 겸손의 상대어는 ‘건방짐’인데, ‘건방’은 ‘잘난 체하며 주제넘게 구는 태도’를 말한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무능은 어느 정도 용서되지만, ‘만무방’ 같은 무뢰한이나 교만한 언사나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기에 불통의 지도자나 ‘공갈’ 발언의 국회의원, 사과(謝過)하라니 사과(沙果) 박스를 보냈던 사람, 낙선 축하화환을 보낸 사람은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겸손한 사람의 특장(特長) 중 하나가 봉사에 열중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봉사라 하면 불우한 이웃에 대한 관심만을 생각하겠지만 1차적 봉사는 가족에 대한 봉사로 효와 양육이다. 그 다음이 이웃, 그리고 국민의 4대 의무도 국가에 대한 봉사이며, 마지막으로 인류에 대한 인간의 도리인 자연보호 등도 봉사의 영역이다. 학교에서도 창의적 체험활동의 한 영역인 봉사활동이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엄청 귀찮아하는데, 이는 봉사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아주 크다.

봉사에 열중인 사람들의 얼굴은 여름날 아침 햇살같이 환하다. 영혼은 순수하고 성정은 온화하며 매사에 활기가 넘쳐 하는 일에도 큰 성취를 보여준다. 이 봉사는 다분히 중독성이 강해 실천이나 접하지 않은 사람은 실행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 하면 할수록 빠져들기 마련인데, 이 봉사의 궁극적 목적은 자기만족에 있을 것이다.

휘날리는 연분홍 치마는 보지 못하지만 봄날은 가고 있다. 이 봄날, 상춘(賞春)만 생각지 말고 어디 봉사할 계획도 세워 볼 일이다. 무료한 일상에서의 탈출이나 자기만족과 존재감을 확인하는 일에 봉사만한 것이 없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