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고, 사람 떠나는 거제 '조선 빙하기'
집 비고, 사람 떠나는 거제 '조선 빙하기'
  • 김종환 기자
  • 승인 2016.05.01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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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선주사 주재원·가족 짐싸고
감원 충격에 부동산시장 얼어붙고
외국인 등록인수 지난해 말부터 감소
 
거제시 외국인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신규 수주 ‘제로’로 일거리가 사라진 외국 선주사 주재원과 가족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거제 대형 조선소들이 해양플랜트 등을 추가로 수주하지 못하면 이사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시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시에 등록된 외국인 수는 모두 1만4704명이다.

이는 지난 2월에 비해 136명 줄어든 것이다. 외국인 수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 오다 지난해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외국인 수는 1만5051명으로 전월에 비해 31명 줄었다.

올들어 지난 1월에는 29명 늘었으나 2월에는 다시 240명 감소한 것이다. 지난 2월과 3월 2개월 연속 외국인 수가 줄었다.

전체 거제시 인구 25만명의 6%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주로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에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발주한 선주사 주재원 및 가족들이다.

주재원들은 주로 선박 건조 과정 등을 감독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스웨덴 등에서 온 이들은 선박 인수가 끝날 때까지 2~4년 간 거제에 머물다 돌아간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양사에 5천여명의 외국인들이 근무중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32개 사에서 파견나온 24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대우조선엔 32개 사에서 온 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재원 자녀들은 1970년대 중반 문을 연 거제국제외국인학교에 주로 다닌다.

대우조선과 삼성중 양사가 올해 안 인도할 예정인 해양플랜트는 모두 14기다. 대우조선이 9기, 삼성은 5기.

인도가 마무리되면 선주사 주재원들도 떠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줄어든 외국인 모두가 주재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 주재원이라고 보면 된다”며 “하반기들어 외국인 수가 더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는 외국 선주사 주재원의 경우 체재비 등 많은 연봉을 받기 때문에 구매력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전체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시는 우려하고 있다. 시내 중심가인 고현동이나 풍광이 뛰어나면서 대우조선과 가까운 지세포항 근처에는 외국인 전용 임대 아파트나 빌라가 속속 들어섰지만 이들이 빠져나가면 공실률이 높아늘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있어 많은 외국인들이 거제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추가 선박 수주가 되지 않으면 외국인 이탈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원 충격파에 부동산 시장 얼어붙고…집값 지난해 3월부터 내리막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거제지역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고 미분양 판매가 중단되는 등 지역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의 충격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의 4월 한달 전체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0.09%, 이중 아파트는 0.15% 하락했다.

거제시 집값은 이미 지난해 3월부터 1년 이상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대규모 적자와 경영난, 수주 감소 등의 여파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해 3월 이후 올해 4월 말 현재까지 거제시의 주택가격은 1.06% 떨어졌고, 이 가운데 아파트값은 1.8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주택가격이 3.21%(아파트 4.34%), 지방도 2.44%(아파트 3.03%)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거래가도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거제시 옥포동 덕산5차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 2억원에 팔렸으나 올해 2월 1억8300만원으로 떨어져 거래됐다.

아주동 거제마린푸르지오 1단지 전용 85㎡는 지난 2월 2억9150만원에 팔렸으나 3월에는 2억7300만원에 거래됐고, 아주동 대동다숲 1단지 전용 84.91㎡는 올해 1월 3억5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달 거래가는 2억7300만원으로 내려왔다.

조선소 근로자 등을 위해 지은 다가구주택 등은 전세도 나가지 않아 공실로 넘쳐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거제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구조조정 여파로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한데 집이 나갈 리가 있겠느냐”며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보유한 미분양 아파트 역시 최근 들어 거의 판매가 중단됐다.

거제 센트럴 푸르지오, 거제 아이파크와 9월 선보인 오션파크 자이, 11월에 나온 거제 힐스테이트와 코오롱 아파트 등은 지난해 모두 인기리에 분양했지만 4월말 현재 분양률이 70∼80%대에 그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3월 이후 미분양이 두 달 동안 한 채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일부 아파트들은 중도금을 납부한 상태인데도 해약 요구를 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이달부터 지방에도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가 강화되는 가운데 지방발(發)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은 입주물량 증가와 여신심사 강화에다 조선업계 구조조정 등 악재가 혼재돼 있어 당분간 시장 여건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방 주택시장이 무너지기 전에 건설사는 분양물량을 줄이고,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환기자·일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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