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5]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5]
  • 경남일보
  • 승인 2024.05.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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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 개울, 시내, 내, 가람, 바다
요즘 한낮에는 찬바람을 틀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만큼 덥습니다. 하지만 지난 이레(주) 눈이 내린 곳도 있고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해서 고뿔 걸리지 않으려면 바람막이를 챙겨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냅니다. 여러분도 몸 잘 챙기시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눈이든 비든 하늘에서 내린 비나 눈이 모여 만든 물줄기 이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요즘에는 그래도 비가 더 자주 내리니까 ‘비’를 보기로 하겠습니다. 하늘에서 가파른 뫼에 내린 비는 골짜기로 모여 내려오게 되는데 그것을 ‘도랑’이라고 합니다. 이 ‘도랑’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사람들 집 곁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사람들은 품을 들여 도랑을 손보기도 합니다. 그것을 두고 ‘도랑 친다’고 합니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라는 말에 들어 있는 ‘도랑’입니다.

작은 도랑이 여럿 모여서 커지면 우리는 그것을 ‘개울’이라고 부릅니다. 개울은 물줄기가 제법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서 빨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 아이들이 멱을 감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가운데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개울’입니다.

개울이 부지런히 흘러 여럿이 모이게 되면 우리가 냇물이라고 하는 ‘내’가 됩니다. 그런데 이 ‘내’는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처럼 가는 ‘시내’가 되었다가 다시 몸을 키워야 비로소 ‘내’가 되는 것입니다.

시내나 내가 되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하고는 멀어져 들판을 지나 비가 많이 오지 않는 겨울철이 되어도 마르지 않을 만큼 커집니다. 그 냇물들이 다른 고을과 고장을 거쳐 만나 이룬 것이 ‘가람’이 됩니다. 가람에서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사람과 물건을 나르기도 하며 마침내 바다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물줄기 이름을 작은 것부터 늘어놓으면 도랑, 개울, 시내, 내, 가람, 바다가 됩니다. 이렇게 크기에 따라서 잘 갈무리해 쓰던 토박이말 물줄기 이름이 들온말(외래어)에 밀려나 쓰이지 않게 된 것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가람’이 ‘강’에 밀려나 쓰이지 않고 있고, ‘내’도 무슨 무슨 ‘천(川)’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나날살이에서는 만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진주에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남강’이라고 하는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강’의 토박이말을 살려 ‘남가람’이라고도 부르죠.

그리고 ‘천전’이라는 땅이름도 있는데 옛날에는 ‘내앞’이라고 불렀었는데 한자로 바꾼 이름이라고 하더라구요. 앞서 알아본 물줄기 크기 풀이에 따르면 ‘가람’은 바다로 흘러가는 큰 물줄기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보면 ‘남가람’이라고 하기에 알맞은 말일까 라는 물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옛날 어른들은 ‘내’로 불렀다는 것을 남아 있는 땅이름으로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맞는지는 더 많이 아시는 분들이 살피고 따져 밝혀 주실 거라 믿습니다.

여러분이 사시는 곳곳에 옛날 어른들이 부르던 물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 자란 곳에도 ‘신천’이라는 곳이 있는데 어릴 때 다들 ‘새내’라고 했습니다. 토박이말 ‘새내’를 한자말로 바꾼 것이 ‘신천(新川)’인 것이지요. 이런 물 이름뿐만 아니라 우리 토박이말로 된 땅이름, 고장 이름들을 되찾아 쓰는 일에 더 많은 분들이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맑은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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