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9)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9)
  • 경남일보
  • 승인 2016.05.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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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9 (139)

“울은 무슨, 제 부모가 베린 자석인디 복을 탓시모 올매나 탓것소, 되따 원수나 안되모 다행이제”

“그래 딸자슥 그거 키아서 시집 보내놓고 죽었다꼬 부곳장 날아오는 것 보고야 친정부모는 다리 펴고 잔다꼬 옛날부터 말이 안있나.”

“하기사 잘 살모 보통이지만 못 살모 애물이제. 우리 동네만 해도 친정살이 하는 예편네가 몇 안 있나”

“배운 거 없는 여자들이 낯선데 가서 뭐로 할 끼고. 드난살이로 해묵고 살아도 친정 곳이 미덥고 안났것나”

“아지매도 참 호래이 담배 풋던 시절 이바구하고 있네. 우리 동네 여기만 요러케 이조, 고래장 때 행신 하면서 애햄하는 사람 많지 삼거리 너머만 나가도 안 그래요. 신식 찾는 사람들이 훨씬 사는 것도 편하더구만.”

“그기사 누가 모리나. 소금도 무운 놈이 물 켠다꼬 딸자슥도 잘 갤차서 좋은데 보내노모 친정도 돌보것제. 글치만 내부터가 머스마 놔뚜고 선뜻 가스나 핵교 보내기 안 되더라. 죄 맞을 소린가 몰라도 말짱 넘 좋은 일 시킬 거 싶은깨 손이 안으로 오그라지던 걸 우짤끼고”

“없는 기 죄지 어느 에민들 은새지기는 딸내미 안 예쁠끼요. 그래서 산아제한이니 가족계획이니 안 해쌓소. 딸 아들 구별 말고 알맞기 낳아서 잘 키아주자꼬”

“빼모린 살림에 아아들 한창 묵을 때는 한빨띠 갖다 무들띠리 놔도 당적을 몬하는디, 성냄이 저그 집에 가서 상촌띠기한테 그런 소리 좀 해조라. 아매도 혼자 얌전해서 그런 걸 모리고 사는 갑다”

시답잖은 말장난이다 싶었던지 다시 왁자하게 웃음이 터졌다.

여자들은 무언가를 나누어 먹은 뒤 자신이 증인이기나 한 듯이 이번에는 명자언니네 자취방에서 아버지에게 끌려오는 성남언니를 집구석 망칠 괴물처럼 묘사했고 임신 중인 엄마의 배가 바가지 엎은 듯 데뚝한 걸 보면 또 딸을 낳을 게 분명하다고 제 멋대로 점을 치기도 했다.

옛날을 회상하던 양지는 자신이 서있는 곳이 악취 나는 배설간이라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확산되는 집안의 악취로 똘똘 묶인 기분이었다. 고향 인심은 객지에서 성공한 사람을 품어주고 진심으로 환영하기보다 묵은 과거에다 성공한 사람을 밀어 넣고 조롱하는 속성이 있다. 이런 연유로 객지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고향에 가기를 꺼린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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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듯이 화장실에 있던 양지는 억제하고 있던 숨통을 열고 큰 숨을 들이키며 나왔다. 그러나 느닷없이 날아드는 새떼의 기습을 받는 듯한 환각으로 손을 들어 안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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