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다정불심(多情佛心)의 벗
[월요단상] 다정불심(多情佛心)의 벗
  • 경남일보
  • 승인 2016.05.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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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수필가)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좋고 운까지 좋아서 사회의 성공 자가 되었다면 많은 친구들이 내 곁에 모여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하는 일이 실패하고 좋지 못한, 즉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모여들던 친구들은 나의 곁을 하나둘씩 떠나 버린다. 어디서 만나든 반가움보다는 저 친구가 행여 그 무엇을 요구하지 않을까 하고 몸부터 피하고 본다. 그것이 현실이고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우정은 따뜻이 사랑하는 마음으로서 벗 사이에 정분이라는 이름에 이르게 하려면 어려운 일도 참고 이겨내야만 하는 건 아닐까? 물론 틀어지기 쉽고 잘못 해석하기 쉬운 것이 우정이기도 하다. 하찮은 일로 오해도 나타나게 되고, 경쟁의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모가 진 반발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바라는 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신의를 저버리는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고비를 너그러운 마음과 인내로써 이겨낼 때만이 우정은 무너지지 않는다.

우정에는 도덕적 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행동이 전제(前提)되므로 인생에 있어서 진중(珍重)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벗도 포도주도 오랠수록 좋다고 했다. 오래 삭힌 포도주는 향기롭고 맛 좋은 술이 될 것이며, 친구 또한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벗을 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도 한다. 참되고 올바른 우정에는 친구의 잘못도 용서해 주는 너그럽고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며 회생할 줄도 알아야 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면서 힘들 땐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우정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 견딜 수 있는 너그럽고 깊은 마음으로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사귀어 정이 들기까지 우정은 그만한 가치로써 차원이 높은 보배라고 볼 수 있다.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다정불심, 즉 다정다감하고 정이 많은 벗이 많을수록 좋다. 기쁜 일이 있을 때 친구가 진심으로 즐거워 해준다면 참으로 행복하다. 불행한 일을 겪을 때에도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주는 벗이 있다는 건 삶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모름지기 진정한 우정이라면 아무리 어려움에 처했다 해도 변치 않고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벗이다. 희로애락을 함께하면서 최후의 날까지 변하지 않는 우정을 누린다는 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우정은 그 무엇보다도 귀중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세상에는 끝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는 반드시 있다. 우리 주변에서 그러한 친구를 만날 수 있고 또 그러한 친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석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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