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니었으면
나 아니었으면
  • 경남일보
  • 승인 2016.06.0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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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수필가)
 이홍식

애먹이는 자식을 두고 부모 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넋두리가 “아이고 이놈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과 만나 서로 관계 맺다 보면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도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했는데, 내가 이러저러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당신을 소개하고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말이다. 만약 그때 내가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당신의 오늘이 있을 수 있었겠느냐며 역할과 공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러는 그는 모든 게 오직 혼자의 힘인가. 그의 노고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늘 그 생각에 머물러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걸핏하면 남들이 보는 앞에 어깨를 감싸며 이 사람은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오늘날 여기까지 왔다는 자기능력에 대한 과시와 자랑이다.

한 사람의 오늘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고 그것은 자기 인식을 이야기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듯, 나는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는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안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아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무엇인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이처럼 사람과의 관계로 역인 그물망이 바로 내 삶의 바탕이라는 인식이 없으면, 평생 “내가 너에게 어떤 존재이고 내가 아니었으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그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중에는 키워준 상대의 하찮은 말에도 상처 입게 되고 바다에 떠 있는 조각배처럼 작은 파도에 들까불리며 살아갈 것이다.

부모 된 사람은 자식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생각,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에게는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했는데, 나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 그 하나만 내려놓아도 세상은 달라진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이라는 하늘을 평화롭게 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 마음을 내려놓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가 상대에게 해준 어떤 것에든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역사에 남은 인물 모두 유년시절부터 끝없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고 관계의 연속이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더는 “나 아니었으면, 내가 너에게… 하는 생각일랑 버려야 한다. 세상에서 대접받고 남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은 남을 위하는 일에 자기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매순간 끝없이 정진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홍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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