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
[교단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6.07.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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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시인)
지리산 산자락에 위치한 학교 앞 계곡에는 피서철을 맞이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학교 운동장으로 차량은 물론 눈깜짝할 사이 텐트가 쳐들어와 진을 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엔 산더미처럼 재어놓고 가는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침마다 아이들과 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 처리부터 하기에 분주한 7월을 보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이들의 행위를 보고 무엇을 배울까.

설치된 CCTV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쓰레기를 투척하는 모습이 보인다. 숨긴 양심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는 양심의 눈이라 대변되는 CCTV조차도 이 무지막지한 인간들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아동들이 보고 있는 순박한 산골벽지 분교주차장에 자신의 부끄러움을 사정없이 팽개치고 가는 이 사람들의 양심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인간만이 부끄러워할 수 있는 동물이다. 또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동물이다’라고 한 M. 토웰의 명언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CCTV도 무시하는 이들이 글자는 읽겠냐만, 방학을 하며 ‘엄마·아빠 제발 쓰레기 좀 버리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을 아이들이 나서서 어린이회 일동으로 걸었다.

사회 곳곳에서 쾌적하고 깨끗한 지역을 만들기 위해 환경단속과 계도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시대이다. 여름 피서철을 맞이하여 환경감시대, 시민단속반,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쓰레기 불법투기 합동단속반을 편성해 주간은 물론 야간시간대까지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손길들이 속속 미치지 못하는 곳, 맑고 깨끗한 우리 아이들이 버젓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썩은 양심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한알의 썩은 능금은 다른 능금마저 썩힐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제거된다. 정신이 썩은 인간도 사회의 버림을 받는다. 그러나 절반이 썩은 능금을 모두 버릴 필요는 없다. 썩은 부분만 잘라버리면 나머지 반은 먹을 수 있다. 인간도 정신의 썩은 부분을 잘라버리고 나면 훌륭한 인간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부우스/양심)’

정신의 썩은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 문제는 스스로 썩었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인데 근본적인 교육에서부터 다시 찾아봐야 될 것 같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인 것이다.
 
최숙향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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