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진정 헬조선으로 달려가고 있는가
[여성칼럼] 진정 헬조선으로 달려가고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6.08.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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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무지막지한 더위 속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견디고 있는데, TV를 켜거나 신문을 보면 왜 그렇게 사건 사고는 많은지 불쾌지수는 높아져만 간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는 사건 사고 중 대부분이 자신들이 1% 인간이라고 생각하거나 1%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저질렀거나 저지르는 사건, 사고라는 것이다. 친구 회사에서 주식을 받아 120억의 이익을 챙긴 현직 검사장, 개인이 사용하는 차를 법인차량으로 등록해 이익을 챙기는 등 비리가 끝도 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 회사 명의로 빌린 집과 자신의 자택에서 성매매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의 회장, 그리고 성매매 현장에서 적발된 현직 부장판사 등 자신이 1%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비열하고 추악하기가 그지없다.

이런 행태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1%의 인간 부류가 아닌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들이 말하는 ‘개, 돼지’ 부류인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1%의 ‘인간’이 되지 않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가 ‘헬조선’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닦달하는 주입식 교육, 일반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학자금, 취업 못해 아르바이트나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는 결혼과 육아 등 노력해도 잘 되는 게 없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의무는 많은데 권리는 적고,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려오는 1%의 인간에 의한 사건 사고를 접하다 보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면, 사회문화적인 면에서도 헬조선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정부의 결정은 물리적으로도 한국 땅에 헬조선을 구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정부와 1%의 인간이 앞장서서 헬조선으로 달려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대한민국은 1%의 인간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99%의 사람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1%의 사람들이 국민을 1%와 99%로 피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로, 자신들의 지지자와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로 끊임없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한 쪽을 고립시키는 행위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하면서 99%의 주인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와 1% 사람들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 자신이 자신들의 행태를 처절히 깨닫지 않는 한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는 제도를 만들고 규칙을 세워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누구이든 규칙과 제도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한다. 국민에 대한 국가 또는 1% 인간들의 부정한 행위를 강력한 규칙과 제도로 막을 수 있다면, 그 1%들의 생각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정말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막는 제도를 포함해 헬조선을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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