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정치, 자성이 필요한 이유’
[경일시론] ‘정치, 자성이 필요한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16.08.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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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올 여름 한국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대배경으로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는 것과 시대적 공감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관객들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역사의식이란 사회현상을 시간적 계기에서 포착해 그 변화과정에 주체적으로 관계를 가지려는 의식이고 나의 개인윤리를 공동체의 사회윤리와 근접시키려는 노력이다. 경험적 사실에서 보면 개인윤리가 사회윤리와 유리되고 어긋날 때 비역사적인 인격이 형성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우리 정치가 이런 범주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과성은 정치가 사회를 이끌고 가는 역량이 취약하게 되고, 정치적 이해득실에 지나치게 집착해 정치적 안목이 함몰되고 냉소와 지탄의 대상으로 연결된다. 정치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생존의 질과 양을 확보해 나가는 국가운영체계를 설계하고, 그 근간을 입법화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 큰 안목 필요해

우리 역사과정에 국가운영은 근대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외세, 일본 제국주의라는 근대국가에 의해 철저히 말살당하고 만다. 그 원인은 첫째 외세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것, 둘째 국내역량결집에 실패한 것, 셋째 국내제도 개혁에 실패한 것이다. 당시 조선은 외부적으로 열강들의 권력다툼 속에 소극적인 피동적 주체가 됐으며 내부적으로는 시대변혁과 외세 압력에 대응할 제도가 확립되지 못했고, 심각한 국론분열과 소모적인 파벌투쟁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자성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지금이 바로 그런 양상이다.

세계경제 규모 11위권에 걸맞게 정치는 이제 좀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정치가 사회나 국가운영의 원칙을 짚어주지 않고 오직 대선 표심을 의식한 전략으로 일관하는 것은 또 다른 역사적 비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는 분단,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정치로 시공간적 복합성을 가지고 있다. 이 틈에서 중국과 미국이 주문하고 강제하는 표준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일부 미국 군사전략가들이 한국을 친중국가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시장에 종속되기 시작하고 문화적으로 중화문화에 편입돼 왔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또 책임감이 결여된 일부 지식층과 청년계층에서의 반미감정을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변수가 어떤 역사적 파장으로 연결될지 아무도 모른다. 본질의 문제로 중국은 우리에게 중화의 국가로 오만하고 기회만 되면 팽창을 의도해온 나라다. 미국은 한국과 상호 국가이익의 부분적 합치라는 현실적인 국제정치 틀 속에서 관계설정을 해 온 나라다. 미국은 한국보다 전통적으로 일본을 중시해온 나라다. 오는 28일이면 카쓰라-테프트 밀약이 111년 1개월 되는 날이다. 이 밀약에서 미국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해주고, 대신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했다. 실천적 의미에서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려면 정치권, 특히 정부 대 정당관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기타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국가와 사회의 괴리를 줄이고 통합된 거버넌스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반복되는 내부 결집력 실패는 문제

내적 정치역량의 부실은 정치 인적 자질과 함께 정치적 리더십이 정치환경에서 자원 추출능력과 방향성 제시가 서툴기 때문이다. 국내정치 기반이 튼튼해야 외치가 탄력을 받는 법이다. 정치가 가지고 있는 원심적 행태도 어떤 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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