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기초의회는 무너진 신뢰 회복에 힘써야
[현장칼럼] 기초의회는 무너진 신뢰 회복에 힘써야
  • 김순철
  • 승인 2016.08.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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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철 (창원총국 취재부장)
어렵사리 부활한 기초의회가 올해로 25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도내 일부 의회에서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살포, 혈서 각서, 추문 등이 불거지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일부 의회는 후반기 의장단도 구성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면서 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현재 도내 기초의회 18곳 가운데 금품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에 회부된 의회는 창녕·김해·함양 등 3곳이다.

후반기 의장 선거과정에서 금품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창녕군의회 손태환 전 의장과 박재홍 부의장은 동료 의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수백만 원씩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구속기소돼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구형 받고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해시의회의 경우 후반기 의장 선거과정에서 동료 의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3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김명식 의장이 구속됐다. 함양군의회도 지난 5월 국외 연수과정에서 군수 등 집행부, 의장 후보, 민간 기업이 의원들에게 협찬금을 줬다는 정황이 드러나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협찬자 명단에는 현 의장이 포함돼 김해와 창녕처럼 의장 선거에 금품이 돈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협찬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의원들은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이뿐인가. 의령군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의원 간 의장단 나눠 먹기를 약속한 ‘혈서 각서’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막장드라마를 연상케했다. 각서에는 “의장으로 밀어주기로 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억대의 금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등 내용이 담겨 있어 전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사천시의회는 의원 간 갈등으로 후반기 의회가 개원한 지 2개월 가까이 되도록 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시못할 권한과 단체장 다음 가는 의전 서열, 한달에 150만~200만원 가량의 업무추진비 등 무보수 명예직 시절에 비해 꽤 괜찮은 직종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는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함양미달 의원까지 혈세를 들여 의정비를 줄 필요가 있느냐며 기최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각 정당의 잘못도 크다. 후보 공천 기준을 사람의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로 기준점으로 삼지 않았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후반기 의회가 시작됐다. 일부 기초의원들의 일탈과 비리 때문에 전체 의원들이 욕 먹을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의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인 예산·결산의 심의·의결, 조례 제정, 행정을 감시하는 통제 기능, 지역 현안에 대한 조정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무엇보다 도덕성과 자질부터 키워야 한다. 그래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기초의회 무용론을 잠재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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