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무기계약직 전원 퇴직
대우조선 무기계약직 전원 퇴직
  • 연합뉴스
  • 승인 2016.10.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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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난 강도높은 구조조정…150여명 내달초 퇴사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무기계약직들은 다음달 초 모두 회사를 떠납니다.”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25일 오후 무기계약직 A(39)씨의 어깨는 유난히 처져보였다. A씨를 비롯해 무기계약직 직원 150여명이 모두 회사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올해로 9년째 대우조선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계약직으로 대우조선에 입사한 이후 그동안 줄곧 사무직원으로 일하면서 잠시도 쉴 사이 없이 회사 일에 매달렸다.

밤이면 영어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생겼다. 좀 더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다. 무기계약직 사원은 정규직 가장 아랫단계인 4급 신분이다. 하지만 지난주 희망퇴직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정규직 사원이 아니라 무기계약직 사원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무기계약직 동료들도 부서장의 일방적인 희망퇴직 신청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A 씨는 “회사 상황이 급박해 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다지만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내쫓기듯 떠나려니 앞길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2년동안 인력파견회사 소속으로 일한 뒤 대우조선 계약직 사원으로 2년간 일하고 근무평점이 양호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속 대우조선에 근무할 수 있었다.

곧바로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해 2년간 일한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도 있다. 근무평점에 따라 정규직 사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토익 등 어학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정규직 사원으로 신분이 전환될 수도 있어 그동안 가정을 꾸리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꾸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11월 초면 모든 희망을 접고 회사를 떠난다. 대우조선이 수주난으로 일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탓이다.

무기계약직 직원 대부분은 여성이지만 A씨처럼 14명의 남성도 포함돼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 측 결정이 너무 가혹하다”는 울분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62억 달러를 잡았으나 현재까지 13억 달러에 그쳐 목표치의 20%도 채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A 씨 같은 무기계약직 사원들이 모조리 내쫓기게 된 것이다.

이들의 연봉은 대략 2000여만원 안팎으로 이들을 모두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는 게 대우조선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이들이 주로 사무직이어서 다음달초부터면 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우려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1일까지 희망퇴직을 받은 결과 신청자가 당초 목표치인 1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달 말까지 접수 기간을 연장하기로 하고 부서장 등을 통해 희망퇴직을 독려하고 있다. 사무직뿐 아니라 사상 처음으로 생산직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전체 정규직원은 무기계약직을 포함해 1만 2700여명으로 이 가운데 생산직은 7100여명이다. 생산직 가운데 희망퇴직 신청자는 100명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수주난으로 일감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급격히 쫓기듯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황기에 대비해 감축 인력과 직군을 충분히 검토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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