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가을에 와서야 느끼는 인생
[월요단상] 가을에 와서야 느끼는 인생
  • 경남일보
  • 승인 2016.10.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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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 과연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생애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지난 여름철 푸르름의 야망도 가엽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지금, 인간의 소중한 마음 그 타고난 심성을 보는 듯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온 삶이었다 해도 가을 길을 걸으면 왠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 텅 빈 것 같은 쓸쓸한 마음을 알 듯 모를 듯 산과 들녘엔 저렇게 빨리 물들어가는가.

저 수많은 초목들도 그 삶의 굽이마다 자기만의 사연과 진실의 색깔이 있듯, 결국 생명의 끝이란 자연과 인간의 것인들 무엇이 다르랴. 가을 이슬 맞으며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래서 잘못도 뉘우치며 쓸쓸하고 슬픈 웃음을 짓는 게 아닐까. 때가 되면 가을꽃조차도 조용히 시들어 가야만 하는, 참으로 인간사 세월이란 나는 화살과 같이 그렇게 빠르단 말인가. 지금은 서쪽으로 넘어갈 나이이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화려한 꿈은 아닐지라도 고즈넉한 삶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길 바라자.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되기 위해선 지난여름 가슴 쳐 아파 우는 천둥과 번개, 또 소나기의 아픔까지 잘도 참아낼 수 있었음을 왜 모르리까. 결국 불볕 같은 더위는 가을에 와서야 잘 익어 단맛 드는 결실로 만들어 주듯이, 삶이란 일정한 방법이나 형식에서 많은 의미와 소중함을 찾아 자신의 꿈을 실현해야 함을 잊지 말자. 만약 자신의 삶이 좁다란 길이었다 해도 때로는 여기저기 피어있는 가을국화처럼 순박하게 피어서 결단코 부끄럽지 않는 삶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는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누구나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 뉘우치지 않을 자 어디 있으랴만,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태양은 더욱 눈부시지 않는가. 살아온 삶에 큰 굴곡 없이 순조롭게 세월을 맞이하고 보내온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으리라. 야망이나 꿈이라고 하는 것도 젊음이들 것만은 아니며 중년에는 중년대로, 노년에는 노년대로 그윽한 꿈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한적한 곳에서도 고귀하게 피어나는 가을 꽃. 찬이슬에서도 피는 들국화나 구절초 같은 꽃들이 과연 봄, 여름에 피어나는 꽃보다 아름답지 못하다고 감히 누가 말할 수 있으랴. 불타는 여름 정열의 불볕도 있지만, 가을볕에서도 가을 열매는 무르익어 간다는 변할 수 없는 이 사실을. 늦가을 무서리 흥건히 맞아내고서야 잘 영글어 제 맛을 깊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무릇 내일을 향해 이루고 싶은 꿈이라는 것도 한여름 푸르름이 지나쳐 검은 빛깔마저 도는 젊음의 시절만의 것이라고 어찌 말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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