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가을 길을 걸으며 자신의 소리를
[월요단상] 가을 길을 걸으며 자신의 소리를
  • 경남일보
  • 승인 2016.10.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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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지난 계절 아름답고 화려한 경치에 홀리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생각들이 다시금 가슴속에 쌓이도록 가을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잊을 수 없는 그 무엇이 거창하게 있어야만 추억이 아름다운가. 진실로 훌륭한 물건이 있다 해도 꺼내 보며 감상할 줄 모른다면 무가치하듯, 하찮은 것일지라도 꺼내보고 즐길 줄 안다면, 그야말로 귀중한 그 무엇이 될 수도 있다.

이 가을날 보잘 것 없는 지난날의 추억일지라도 가끔씩 떠올리며 뉘우치기도 하고, 용기도 얻고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가을이 정말로 지난날의 삶을 돌이켜 볼 수 있고, 또 시를 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면 들길을 지나 호젓한 산길도 걸어보자. 불어오는 갈바람에 마셔보는 풀내음과 가을꽃 향기에 취한 채 외로운 곳에 곱게 피어있는 하얀 구절초 같은 깨끗하고 때 묻지 않는 흔적도 남기면서 무욕의 욕심으로 나를 미워하는 모든 이들까지 사랑하기로 하자.

서쪽하늘 붉게 물든 황혼녘, 가을걷이 못 미친 논이랑 밭두렁 길을 걸을 때면, 고즈넉한 이 들녘도 우리들이 돌아가고 싶은 순수하고, 아름답고, 꾸밈없는 고향의 풍경이라 생각하자. 가슴 몽클해지는 고향을 생각할 땐 누구나 시인이 되어 가슴복판 어느 자리엔 작은 샘물처럼 고여 오는 그리움과 슬픔이 어찌 없으랴. 그래서 가을 길을 걸을 땐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비우듯 순수해져야 함을 잊지 말자.

지금도 분수에 넘치는 헛된 욕망으로 그 무엇을 탐하고자 하는가? 이제는 마음속 어딘가에 가슴 아픈 좌절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가을 길을 걸으며 시인이 되고 마음을 씻어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듯 눈물은 언제나 마음을 씻어 주기 마련이라면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부터 조금씩 줄여 나가야 한다. 초라해도 정직한 모습으로 마치 서리 내려 잎 진 가을나무의 모습처럼, 우리도 그렇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가을 길을 걸으며 인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

가을 길을 걸을 땐 출가를 한 듯 범속의 마음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가을 나무처럼 욕심을 줄여 가을 산길을 걸어가면 별 볼일 없는 인생길도 새로워지는 것. 오르지 감사하고 싶도록 겸허해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모두 가을에는 걷고 또 걸어가자. 이길 저길 어느 길일지라도 걸어가다 보면 텅 비어 있는 그 자리엔 아름다운 마음이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자리 그 모습에서 들려오는 참되고 진실한 자신의 소리를 들으며 가을날, 아니 이 가을이 다가도록 한없이 걷고 또 걸어보자.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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