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우승자 10명 중 7명 아시안
LPGA투어, 우승자 10명 중 7명 아시안
  • 연합뉴스
  • 승인 2016.11.21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쭈타누깐 여왕 등극…미국 몰락
왼쪽부터 쭈타누깐, 전인지, 장하나 선수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한마디로 ‘아시안 천하’로 요약된다.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라는 새로운 여왕의 탄생과 전인지(22)의 화려한 입성을 비롯한 한국 자매 군단의 여전한 강세, 그리고 미국의 몰락 등은 모두 아시안의 강세와 맞물렸다.

천재소녀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치세가 쭈타누깐에 밀려 일찌감치 마감한 것은 올해 LPGA투어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새로운 골프여왕 쭈타누깐의 비상은 한마디로 눈부셨다.

큰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어마어마한 장타력에도 심약한 탓에 툭하면 역전패를 당하던 쭈타누깐은 5월 요코하마 타이어 우승 이후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이어진 킹스밀 챔피언십과 볼빅챔피언십 등 3개 대회를 휩쓴 쭈타누깐은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여왕에 올랐고 캐나다여자오픈을 제패했다.

그는 드라이버 대신 남자 선수들도 버겁게 여기는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렸다. 그러고도 웬만한 선수 드라이버 티샷 거리를 능가했다.

쭈타누깐은 압도적인 힘을 앞세워 차원이 다른 골프를 펼친 끝에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 그리고 100만 달러의 보너스가 걸린 CME 글로브 포인트 1위 등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하면서 골프 여왕 왕좌에 앉았다.

쭈타누깐의 기세에 다소 눌린 감은 있지만, LPGA투어의 대세로 자리 잡은 한국 자매 군단은 올해도 위력이 여전했다.

한국 선수가 올해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는 모두 9개.

지난해 14개보다 줄었지만 간판선수 박인비(28)가 손가락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한 사실을 감안하면 평년작 이상의 수확이라는 평가다.

한국 자매 군단에서는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장하나(24)와 신인왕과 최저타수상까지 휩쓴 전인지가 돋보였다.

LPGA투어에 뛰어든 지 2년째인 장하나는 3승을 따내 한국 자매 군단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비회원으로 US여자오픈을 제패해 LPGA투어에 데뷔하기 전부터 특급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전인지는 기대에 부응했다. 우승은 한 번뿐이지만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따낸 것이라 순도는 높았고 무엇보다 평균타수 1위를 차지해 최정상급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전인지는 세계랭킹 3위로 시즌을 마쳐 브룩 헨더슨(캐나다)을 밀어내고 세계 여자 골프 ‘빅3’에 합류했다.

둘은 공교롭게도 시즌 초반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에 얽혀 몸과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고도 이런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작년 신인왕 김세영도 2차례 우승으로 차세대 골프 여왕에 도전할 재목임을 입증했다.

한 뼘 퍼팅 실수의 저주에서 6년만에 벗어난 김인경(28)과 135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 물꼬를 튼 신지은(24)의 인간 승리 드라마도 눈길을 끌었다.

박인비의 영광과 좌절도 올해 LPGA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다.

손가락 부상과 허리 통증이 겹친 박인비는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0개 대회밖에 치르지 못했고 상금은 25만3000달러(69위)에 그쳤다.

하지만 박인비는 올해 한국인 두번째 명예의 전당 입회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찬란한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은 다친 손가락 통증을 참아내며 이뤄내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2014년 LPGA투어에 등장해 단숨에 골프 여왕 자리를 꿰찼던 천재소녀 리디아 고는 올해 개인 타이틀 없이 시즌을 마감했다.

상금왕, 올해의 선수, 그리고 최저타수에서 모조리 2위에 그쳤다.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4승을 거뒀지만, 다승 1위도 놓쳤다.

쭈타누깐의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리디아 고는 시즌 중반 이후 장기인 퍼팅이 흔들리더니 샷이 나빠지면서 1인자의 지위가 흔들렸다. 시즌 도중 캐디를 교체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지만, 반등에 실패했다.

쭈타누깐의 가파른 상승세와 리디아 고의 급격한 쇠락은 올해 LPTGA투어 판도 변화의 중심이었다.

여자 골프의 맹주를 자처한 미국의 몰락은 올해 한층 두드러졌다.

미국 여자 골프의 몰락은 스테이시 루이스의 뒤를 이을 특급 스타 부재로 어느 정도 예견은 됐지만, 예상 밖으로 빠르게 현실이 됐다.

올해 치러진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미국 선수는 단 2명이다.

세계랭킹 10위 이내에는 렉시 톰프슨 혼자뿐이다.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조차 만져보지 못했다.

미국 여자 골프의 몰락은 아시아계의 약진과 맞물렸다. LPGA투어는 올해 아시안의 무대였다. 한국 뿐 아니라 쭈타누깐을 앞세운 태국과 펑산산이 이끈 중국, 노무라 하루가 2승을 올린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가 18승을 따냈다.

4승을 올린 리디아 고와 2승을 올린 이민지(호주)도 사실상 아시안이다.

투어 대회 우승자 72.7%가 아시안이다.

LPGA투어의 아시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33개 투어 대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개 대회가 아시아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8개 대회는 아예 아시아 지역에서 열렸다.

LPGA투어는 내년 1월 2017년 시즌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박성현(23)이라는 또 한명의 한국 스타 선수가 LPGA투어에 합류한다.

태국과 중국은 선수층은 더 두터워지고 기량은 더 나아질 전망이다. 리디아 고와 이민지가 이끄는 호주·뉴질랜드 역시 LPGA투어 판도를 뒤흔들 힘이 있다.

내년 LPGA투어는 아시안의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