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촛불의 그림자 속에
최길명 (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특별기고] 촛불의 그림자 속에
최길명 (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2.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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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명 (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닭의 울음소리는 새벽의 찬바람을 가르고 찬란한 태양도 지난해와 변함이 없건만, 촛불의 그림자 속에 가려진 세력들이 우리사회를 어떻게 휘몰아치게 할지 걱정스럽다. 정치와 경제위기로 분열은 극에 달하면서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적대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올해도 결코 만만찮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대의민주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촛불을 들었다. 촛불의 시대정신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존정치에 대한 실망과 함께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다. 하지만 자발적 시민참여로 진행된 집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정파적 이해가 섞이면서 과장, 왜곡, 선동돼 체제의 부정과 나라의 정체성마저 흔들려 하고 있다. 이에 사상과 이념이 다른 정치세력들과 일부 언론에 의해 그 순수성까지 훼손되어지는 조짐이 있어 가슴 아프다.

나라가 이지경인데도 광장에는 출정식 같은 깃발이 휘날리고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더 나아가 촛불민심은 개혁과 변화를 추동하고 사회정의를 이끄는 주체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가도록 선동하면서 국민은 법위에 있고 혁명이 필요하며 횃불로 태워버리고 헌법재판소를 쓸어버려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촛불민심과는 너무 멀어 보인다. 진정 법위에 있고 혁명이 필요한 자는 누구이며 쓸어버려야 할 곳은 어디인지 묻고 싶다.

더구나 개헌을 야합으로 몰아붙이고 ‘촛불민심배반’이라고 한다. 제왕적 통치체제와 승자독식의 모순, 여야 무한투쟁의 정치를 끝내라는 국민의 열망인데도 야합이고 배반이라 하니 안타깝다. 개헌을 할 것이야 말 것이냐는 이미 국민의 뜻이고 그 내용과 절차와 시기만 남아있을 뿐인데, 개헌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역사의 오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촛불을 이용해 패권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이런 부정의 논리와 이기적인 언행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불안과 자괴감을 안겨줄 뿐이다.

이번 기회를 권력장악 수단으로 촛불민심에 편승해 판을 흔들고 뒤집어 자신의 목적을 이루겠다는 탐욕은 정녕 버려야 한다. 이를 함부로 이용하면 땀 흘려 번영시켜 논 국가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자칫 막을 내릴 수도 있기에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또한 지탄받는 민의에 그들은 예외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나라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뭘 했는가. 사실은 공공, 노동, 금융 등의 핵심개혁이 필요함을 인식하면서도 국익보다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무한투쟁으로 국가위기 발생에 일조했음에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어느 누구만을 원망하면서 단죄하려 하고 있다.

불안한 국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정치에 대한 혐오가 극치에 달한 지금, 우리는 촛불의 민심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득실만을 따지는 세력들은 국민들에게 철저히 배신당할 것이라고 정의한지 이미 오래다. 위기의 순간, 자신들의 셈법을 버리고 조국과 민족이 직면해 있는 문제를 촛불처럼 스스로 태우면서도 그림자를 남기지 않으려는 지도자를 우린 간절히 바란다.

 

최길명 (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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