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봄맞이 대청소는 버리기 부터
안익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고] 봄맞이 대청소는 버리기 부터
안익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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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15도 가까이 올랐던 따스했던 주말,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이불을 털고 쌓여 있던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진공청소기 돌아가는 소리로 시끌벅적한 봄맞이 대청소에 열중인 주민들이 많이 보였다.

겨우내 닫혀 있던 창문을 활짝 열고, 우리집도 봄맞이 대청소에 돌입했다. 그러나 먼지를 터는 것보다도, 청소기를 돌리는 것보다도, 걸레질을 하는 것보다도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으니 바로 쓸데없는 물건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꼭 필요한것처럼 보이지 않는 물건들이 겨우내 왜 그리 늘어난 것인지.

아이들 장난감부터 시작해서 각종 주방용품에 차량용품까지. 베란다를 가득 메우고 있는 물건들 앞에서 열심히 청소를 해보겠다는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저 물건을 어디로 치워야 할지, 어떻게 쌓아 놓으면 공간이 확보될지 고민하고 있던 내 옆에서 집사람이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우리도 미니멀라이프 한번 해볼까?” ‘미니멀라이프’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진정한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물건에게 삶의 공간을 점령당하며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물질적·정신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추억때문에, 아까워서, 언젠가는 쓰게 될 것 같아서 우리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미니멀라이프’는 단순한 공간 확보의 차원을 넘어 삶의 여유까지 찾게 해 준다. 물건에게 점령당했던 거실을 비우고 나면 넓은 거실이 다시 나타날 것이며,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 줄 것이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우리는 한자루 분량의 옷을 처분했다. 아파트 단지 내의 재활용 코너에 집어넣었으니 누군가가 재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멀쩡한 옷을 버릴 땐 가슴 한켠이 쓰리기도 했지만 넓어진 옷장은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준 기분이었다.

안익영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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