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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43>장성호 호반길과 백양사꿈과 낭만이 서린 호반길
김귀현  |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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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5  22: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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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가련다 이니스프리로/
거기 진흙과 나뭇가지로 작은 집 짓고/
아홉 이랑 콩밭 갈며 꿀벌도 치며/
벌 소리 잉잉대는 숲속에 홀로 살리라/
그러면 거기 평화가 있겠지/
안개 낀 아침부터 귀뚜라미 우는 저녁때까지/
그곳은 밤중조차 훤하고 낮은 보랏빛/
저녁에는 홍방울새 가득히 날고/
이제 나는 가련다 밤이나 낮이나/
기슭에 나직이 호수 물 찰랑이는 소리/
흙길 위에서나 회색 포도 위에서나
내 가슴 속 깊이 그 소리만 들리누나.

 
   
▲ 장성호 풍경.


이 시는 예이츠가 런던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갈 때, 고향인 아일랜드를 그리워하면서 쓴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이다. 각박한 현실로부터 벗어나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시골로 돌아가 은거하면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길 꿈꾸는 낭만적인 생각은 예이츠뿐만 아닐 것이다. 필자 역시, 언젠가는 저런 곳에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다. 현실과 꿈은 늘 충돌하기 마련이다. 힐링은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힘든 일들을 이상 세계나 꿈을 통해 치유해 나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이 여행을 나설 때는 집안일이나 직장에서 생긴 일들을 모두 내던지고 떠난다. 여행을 하는 그 순간만큼이라도 현실에서 겪은 아픔으로부터 벗어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상에 감탄하고, 어제까지의 일들을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은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장성호 호반길(수변트레킹길)로 떠났다.



◇민낯으로 반겨주는 호반 숲길

장성호 제방에서 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수변트레킹 길을 만난다. 호숫가를 따라 나무데크로 다리를 설치하고 있는 중이라, 처음 500여 미터는 임로를 이용했다. 3월의 숲길, 아직 나무에는 새순이 돋아나기 전이다. 계절은 봄이지만 겨울이 남겨놓은 산의 민낯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산의 민낯, 화장하지 않은 아가씨들의 수수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을 보는 것 같아 더 좋았다. 4월의 숲길은 나무의 새순이 돋아나 비릿한 냄새가 날 때도 있지만, 새순이 돋기 전의 숲길은 상쾌하기만 하다. 소나무와 굴참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탐방로, 도토리를 먹으려고 왔는지 다람쥐들이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반겨준다. 한참을 걸어 등에 땀이 밸 무렵, 굵은 통나무로 만든 의자 둘이 탐방객들의 발품을 덜어주기 위해 다소곳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겨우내 비어 있었는지 의자엔 흙먼지와 이끼가 서려 있다. 잠시 앉았다가 얼른 일어났다. 이 의자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봄인 것 같아서다. 아니나 다를까, 의자 앞에는 현호색과 산자고, 그리고 제비꽃들이 한껏 뽐을 내는 듯 꽃을 피워놓고 있었다. 새들이 쉬었다간 흔적도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텅 빈 이 의자가 지금껏 혼자서 외롭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봄을 찾아온 뭇 생명들이 의자 곁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랑방 자리를 마련해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봄은 추운 겨울에도 구석구석 숨어 있으면서 따뜻한 세상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 통나무 의자가 놓인 쉼터.


누가 길을 외롭다고 했는가? 한번 걸어보라. 몇 걸음만 떼면 길섶에서 꽃들이 반겨주고, 꽃이 뜸하면 멀찌감치 떨어진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이 꽁지를 끄덕이며 말을 걸어온다. 꽃도 새도 없으면 나뭇가지들이 손을 건네며 탐방객들의 이마에 맺힌 땀을 씻겨 주며 발품을 덜어준다. 그러다 고개를 돌리면 푸른 호수물이 잔잔히 미소를 건넨다. 이 모든 것과 함께 할 수 있어, 혼자 걸어가는 길이 외롭지 않다. 하물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걷는다면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호수를 끼고 한참 길을 걸어가자 바닥에 떨어진 갈비가 갈색융단처럼 깔린 숲길이 탐방객들을 맞이해 주었다. 갈색 카펫이 깔린 숲길을 걷는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호반길은 아름다운 풍경만 펼쳐 놓은 것이 아니었다. 흑염소 목장과 내수면어업권을 가진 사람들이 쳐 놓은 어장도 만날 수 있었다. 삶이 없고 풍경만 있으면 그것이 오히려 박제된 풍경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태적 가치를 생각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자연은 인간에게 건강과 행복이란 선물을 건네줄 것이라 믿는다.

장성호 수변트레킹길의 백미는 수변에 새로 설치해 놓은 나무데크길이다. 500m가 넘는 나무데크로 만든 다리는 호수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해 놓고 있었으며, 탐방객들의 탄성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봄햇살이 닿은 장성호 수면엔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이 탐방객들의 눈을 맑게 씻어 주는 듯했다. 호수마을까지 8.3km를 봄과 낭만을 즐기면서 호반길을 걸어온 우리는 고불매로 유명한 백양사로 이동했다.

 
   
▲ 호수 위 나무 데크를 설치해 놓은 풍경.


◇징검다리의 추억과 고불매의 기품

백양사 쌍계루 앞 개울에 놓인 징검다리를 지나면서 쌍계루와 뒷배경이 되는 백암산 학바위를 바라보니,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곳이 우리나라 5대 사진 촬영 명소로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백양사 고불매, 350년이란 수령이 말해주듯 꽃봉오리를 맺은 매화나무는 매우 기품이 있어 보였다. 장성호 호반길의 낭만과 고불매의 기품을 한껏 건네받은 봄나들이, 현실을 잊고 꿈과 낭만 속에서 걸었던 한나절이 무척 행복에 겨운 시간이었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4.호젓한 장성호 수변트레킹 길
호젓한 장성호 수변트레킹 길.
5.백양사 앞 개울에 놓인 징검다리
백양사 앞 개울에 놓인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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