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친구 구조하기
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교단에서] 친구 구조하기
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9.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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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령지의 기억은 여름철이면 늘 아프게 떠오른다. 낙동강 변에 위치한 작은 시골 학교로 첫 방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책상 하나가 강변에서 생긴 물놀이 사고로 비워져 있었다. 세월 호 사건이란 극약처방 끝에 드디어 생존수영은 교육 현장 속으로 들어온다.

생존수영은 3학년 교육과정의 필수 활동으로 4일간, 10시간을 수영장에서 교육을 받는다.

뜨거운 9월 첫 주, 시립수영장에서 생존수영교육이 시작되었다. 여러 명의 교사와 안전요원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수영강사 선생님의 지도로 물에 적응하기, 물속에서 호흡하기, 물에 떠 보기, 잠수하기를 시작으로 생존 뜨기, 배면 뜨기, 구명조끼 착용하기, 다이빙대에서 뛰어 내리기 등을 배우고 심폐소생술에 인공호흡법까지 배워야 할 내용이 많다.

수영장이란 공간 탓인지 물속에서 움직여야하는 탓인지 다른 활동에 비해 훨씬 질서를 잘 지키고 최선을 다해 익혀보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셋째 날, 다이빙대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평소에 우리 반에서 가장 씩씩하고 용감한 친구 H가 다이빙대 아래 퍼질러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고 수영강사의 호출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배 바깥으로 뛰어 내리는 훈련을 다이빙대에서 실연하는 장면, “무서워서 떨어져 내릴 수 없어요.” “H야. 구명조끼 입고 있어서 괜찮아 뛰어내려.” 친구들이 소리친다. 얼굴이 홍시처럼 익어가던 H가 두려움으로 슬금슬금 뒤로 밀려간다. 다이빙대는 50Cm 정도의 높이다. “H야. 다이빙대에서 서서 뛰지 말고 앉아서 엉덩이로 밀고 내려와 봐.” 담임교사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야 H가 다이빙대 옆 자리에 앉아서 엉덩이를 밀며 물속에서 기다리는 강사 선생님의 두 팔위로 힘차게 떨어진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친구들이 잘했다고 힘껏 박수를 쳐 준다. 하늘을 보고 누워 두 팔과 다리를 이용,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그동안 배워온 생존수영을 시작한다. “잘 한다. 잘해.” 친구들은 응원을 보내고 강사 선생님은 물속에서 힘차게 엄지 척을 올려주신다. H라면 제일 먼저 뛰어 내릴 줄 알았는데, 그렇게 틈새를 보여주다니 참 귀엽다. 생존수영교육은 고소공포증으로 주저앉는 친구를 반 전체 친구들의 격려로 무사히 배 바깥으로 구조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모두가 두려움 없이 다이빙 체험을 완료하는 아름다운 결론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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