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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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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7  23: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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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5 (492)

제가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라 다양한 동물의 감정을 파악하기 때문이라 별스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붉은 등이 켜진 진열장의 토막난 고기로 밖에 안보지만 소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 여기 있는 소들 모두 주인이 먹이는 온갖 보양식을 먹고 훈련을 받는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절어 있을 겁니다.

대회가 다가오면 저의 아버지는 저희도 못 먹는 강장제나 십전대보탕, 미꾸라지, 뱀탕을 먹이고 개소주까지 먹입니다. 우승을 위한 극진한 베려지요. 손꼽히는 싸움소로 이름이 나면 당연히 눈독 들이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소값도 껑충 뜁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 민족의 협동심과 단결을 제압하기 위해 강제 폐지한 소싸움을 다시 부활시킨 이유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라고 주장합니다. 한국 전쟁 후 음성적 도박판으로 전락한 소싸움 대회는 박정희 대통령이 남강댐 준공식 방문을 기념으로 처음 관이 주도가 되어 이곳 진주에서 재개되었는데 이후 영남지역 곳곳에서 개최되었지요. 지자체는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고 향토의 축제 발전이라는 미명으로 홍보를 하는 겁니다.

싸움소는 오직 경기의 승리를 목적으로 길러지는데 우리 아버지는 우시장에서 생후 7개월 쯤 되는 수송아지를 선택하지요. 그 중에서 목이 길고 굵으며 가슴이 넓고 다리는 짧고 엉덩이가 등보다 낮으며 앞다리 사이가 넓은가를 꼼꼼히 살피는 자신의 매눈을 아버지는 자랑합니다. 우리 장군이가 바로 그런 격을 다 갖춘 겁니다. 싸움소는 체구도 중요하지만 지구력을 위해 적색근과 큰 폐활량이 요구되는 건 물론이죠. 이를 위해 타이어 끌기, 산악 달리기, 비탈에 매달리기 등의 혹독한 훈련을 거의 매일 반복시킵니다.

어르신도 저를 심약한 사내놈으로 욕하시겠지요? 그렇지만 제 말을 좀 더 들어주세요. 싸움소들은 보통 하루 전에 경기장에 도착하는데 몸무게를 측정한 다음 날부터 대진표를 작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덜컹거리는 트럭의 소음과 진동을 버티며 장시간 운반되어진 소들은 낯선 장소와 낯선 소들의 냄새에 불안한 나머지 울면서 벽에 머리를 받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지만 아랑곳 없죠. 이놈이 충만한 전의를 고조시키는 거라고 흥겨워하면서 소의 몸통에다 스프레이로 이름을 표시합니다. 멀리서도 관중들이 자신의 소를 알아보고 응원하게 친절한 서비스로 말이죠.

경기장 입장과 동시에 관중들은 환호하고 해설자는 싸움소들의 승률과 주력 기술인 뿔치기, 들치기, 옆치기 등을 큰소리로 소개합니다. 아울러서 흥을 돋우는 북소리 징소리 음악소리가 뒤섞여서 경기장은 더욱 흥분의 도가니로 들끓게 되죠.

이런 어머어마한 소음 속으로 입장하는 소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심을 느낄게 분명합니다. 흥분한 소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침을 흘리고 뒷다리로 버티며 끝까지 입장을 거부해서 경기가 지연되는 실랑이까지 벌어지는데 그게 그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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