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이착륙 가능한 관문공항…소음대책이 관건
10년 이상 끌어온 영남권신공항 입지 갈등이 지난 2016년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공항 확장으로결론을 내리면서 일단락 됐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김해공항 확장 예비타당성이 통과했음을 발표한데 이어 공항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본계획수립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에 착수했다. 결과는 올해 6월~8월께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는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좌우할 수 있는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성’과 ‘소음’이 핵심내용으로 들어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책없는 소음’과 ‘입지의 한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ADPI와 KDI 결론의 문제점과 김해공항 인근 주민들의 반응, 정부의 입장, 입지의 타당성을 짚어본다.
◇ADPI 입지선정 문제점
ADPI는 정부가 2007년 ‘제2관문공항 건설여건 검토용역’과 2009년 ‘동남권신공항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를 통해 김해 신어산 등 북측 장애물로 인한 불안전성과 주변지역 소음영향으로 ‘김해공항 확장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뒤집었다. 소음 영향권 가구 수도 현재 702가구에서 870여 가구가 추가로 영향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남발전연구원은 신설활주로로 김해 6개 지역, 3만4000가구, 8만6000여명이 소음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국회의원은 ADPI가 소음피해 가구를 산정하면서 현장 실사없이 항공지도에 찍힌 사진만 보고 ‘주택’인지 ‘상점’인지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항전문가인 전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박사도 “ADPI가 신공항 입지의 가장 핵심인 ‘소음조사’와 ‘정량적 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ADPI는 2009년 입지선정 과정에서는 없었던 ‘정치적 배점’이란 항목을 넣어 객관성을 추락시켰다. 이는 정치적 압력을 배제하겠다던 정부 발표가 사실과 다름을 짐작케 했다. ADPI는 연간 항공화물 처리 목표량을 36만t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김해공항의 순수 항공화물 처리량은 지난 2000년 14만 6521톤을 정점으로 2005년 8만 993t, 2010년 3만 7771t, 2016년에는 2만 3832t으로 매년 8.7%씩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정기 화물노선은 지난 2000년 홍콩노선 폐지 이후 17년째 없는 상태다. 여기다 매년 2~7대 운항하던 부정기 화물노선마저도 지난해에는 0대였다. 이는 활주로가 짧거나 부족해 화물기가 운항할 수 없다는 정부와 ADPI의 발표가 사실과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KDI 예비타당성 문제점
정부가 국책사업을 추진할 경우 통상적으로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기준 값인 1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정부와 KDI는 김해공항 확장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가 0.94로 기준인 1을 넘지는 못했지만,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분석을 종합평가(AHP)한 값이 0.507로 기준인 0.5를 넘겨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KDI 예타지침에는 AHP값이 0.45~0.55구간은 ‘회색영역’으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 KDI는 김해신공항의 항공법상 ‘장애물 제한표면의 저촉 장애물 절취여부’와 관련해 장애물 제한표면을 초과하는 장애물로 6600㎡의 산봉우리가 포함됐지만, 국토부가 항공법 제82조에 따른 장애물 절취는 불필요하다고 제시해 그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장애물은 김해공항 북쪽에 위치한 신어산과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돗대산 등을 의미한다.
◇김해공항 인근 주민들의 반응과 정부 입장
지난 1976년 김해공항이 들어서면서부터 소음에 노출된 김해시민과 강서구민들은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심각한 생존권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소음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연간 30만회에 이르는 항공기가 1~2분 간격으로 뜨고 내리면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와 안일한 정부의 대처에 김해시민들은 몇 차례 열린 국토부 관계자와 만남 자리를 파행시켰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등 정치권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지난 10월에는 부산지역 대학교수 112명도 소음 피해 해결과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김해공항 확장 대신 가덕도 이전을 주장하고 나섰다. 신공항 교수회를 창립한 이들은 “신공항이 지금상태로 추진된다면 6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붇고도 초라한 공항이 건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해신공항은 전 정부에서 결정됐고, 제기된 문제들은 기본계획 용역과정에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혀 김해신공항 백지화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관문공항 입지 타당성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영남권신공항은 “인천공항 재난발생 때 대체가능한 관문공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구상한 ‘24시간 언제든 항공기가 자유롭게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항’과 같은 내용이다. 확장되는 김해공항은 소음으로 인한 커퓨타임(비행금지 시간 오후 11시~오전 6시)으로 사실상 반쪽짜리 공항으로 전락해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없다. 또 대형항공기들 접근을 위해서는 안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물도 처리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관문공항 건설의 전제조건이다.
영남권신공항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의혹을 지울 수 없는 정권이 물러나고 새 정권이 들어섰다. 그래서 기본계획수립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결과가 기대된다. 지역적 이해관계를 떠나 100년 이상 갈 국제공항이 제대로 건설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 가덕도가 아니면 대구 통합공항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기부 대 양여’방식으로 추진되는 대구공항은 영남권, 전라권, 대전권, 충청권까지 모두 접근이 용이할 만큼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또 7조원 이상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도 민간에서 부담하니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
박준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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