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상처와 굳은살
황숙자(시인)
[경일칼럼]상처와 굳은살
황숙자(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8.01.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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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2018년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매년 처음 1월에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세계 최상위권 선수들이 참여하여 치열한 경기를 펼친다.

한국테니스 역사상 본선 4강에 진출하여 돌풍을 일으키고 테니스 신화의 역사를 다시 쓴 정현(22.한국체대).

어릴 때부터 고도근시와 난시로 0.6정도 되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녹색이 눈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테니스를 선택, 세계 4강에 빛나는 선수가 되었다.

훌륭한 선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상에 절로 피는 꽃은 없듯이 따뜻한 햇빛과 물과 흙이 있어야 꽃은 피어난다.

가족들과 이끌어주는 주변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오늘날 그가 세계 정상급 자리에 올 수 있었다.

2016년 당시 세계 1위인 조코비치와 세계 51위였던 정현.

2018년 16강에서 만난 격돌의 장에서 드디어 정현이 그를 이겼다. 어릴 때부터 그를 보고 따라하며 익힌 테니스의 우상.

“내 우상을 꺾다니 믿을 수 없다”며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고 조코비치는 “분명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위대한 도전이 안타깝게 막을 내리는 순간이 왔다.

호주오픈 준결승전 4강에서 테니스황제 페더러에게 발바닥 통증이 심해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다며 기권 했다.

경기 후 발바닥 부상사진을 공개하며 “최선의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기권 결정을 내렸다”하고 소감을 밝히는 그는 실상 모든 경기마다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으리라. 결국 발바닥 부상이 그의 날개짓를 멈추게 한 셈이다.

발바닥 물집이 겹겹이 잡힌 상태로 새빨간 생살이 드러난 그의 발.

만신창이가 된 발바닥으로 멈춘 도전은 아쉬웠지만 통증을 참아가며 그가 보여준 발바닥 투혼은 대단한 감동을 주었다.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고 세계 테니스계가 깜짝 놀라 다시 돌아본 설움의 변방이었던 한국테니스.

그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젊고 패기에 찬 그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올 것이다. 아마 그는 세계적인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갈 것이다.

국민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안겨준 정현 열풍. 자신감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어린나무에 물을 주어 큰 나무로 가꾸어가듯 스스로를 격려하며 코트장의 지독한 연습의 눈물을 먹고 형성된 자신감이 그를 우승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생살을 찢는 고통의 물집은 낫고 나면 더욱 단단한 굳은살로 남는 법.

오늘의 상처는 내일의 굳은살로 남아 그를 더욱 강한 선수로 만들 것이다.

더 강해져서 오겠다는 스물두살 아름다운 청년의 위대한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 테니스의 역사에 한국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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