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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임금피크제, 독인가 약인가
김진석(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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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2  20: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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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는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방식이다. 정년연장에 따라 기업이 직원을 더 오래 고용하는 대신 장기근속자의 임금을 낮추고 그 여력으로 신규 취업자를 고용하자는 취지의 고용연장 시스템이다. 임금피크제는 한정된 예산으로 정년연장을 흡수하고 신규채용도 해야 하는 기업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현장에서는 과도기적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가 2013년 5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정년연장법)’을 제정했다. 기업의 임금부담 완화를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은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기업은 2016년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이어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면서 56~59세부터는 최고 임금 대비 50~80% 수준으로 임금을 낮추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도입이 노사의 입장차이에 따라 순탄치 않는 과정을 겪고 있으며,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상당수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피크제가 순조롭게 도입된 경우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임금이 줄어들게 되면 업무와 역할도 조정될 수 밖에 없다. 선진국에서는 임금피크제와 함께 ‘점진적 퇴직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이것은 임금피크에 도달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25~75%수준으로 줄여나가면서 임금을 줄이고, 여기서 확보된 재원으로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제도이다. 독일, 스웨덴, 일본 등에서는 정년 연장과 함께 이 제도을 도입하여 장년의 노후 보장과 청년 일자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앞으로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생 이모작 과정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정년 60세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50대 중반까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정년 60세가 보장된다고 해도 막상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급여에 만족할 수 있는 근로자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임금이 줄더라도 정년을 채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젊고 의욕이 넘칠 때 이직이나 창업을 비롯해 인생 이모작에 나설지 고민하는 회사원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어느 회사원은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됐을 때 그는 57세였다. 회사를 2년 더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맡은 사업부가 실적 저하로 구조조정되면서 퇴직하게 되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게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벌써 예순이 가까운 나이에 아무런 준비없이 밖으로 나오게 되자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의 연장보다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년이 연장되어 남은 기간 회사에 근무하더라도 임금이 줄면 보직을 내려놓게 되고 역할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 기간 중에는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회사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아웃플레이스먼트 지원을 통해 은퇴 예정자들의 인생 이모작을 도와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자칫 임금이 깎였는데도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더 길게 내다봐야 하는 인생 이모작을 그르칠 수도 있다. 정년연장이 제도화됐다고 실질적으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고 그 임금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새로운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김진석(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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