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국민청원은 ‘청와대 대나무 숲’이 아니다
이희성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국민청원은 ‘청와대 대나무 숲’이 아니다
이희성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03.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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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공직선거법 제16조에 따르면 만 25세 이상의 국민은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을 가진다. 즉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면 만 25세가 넘어야 한다. 하지만 피선거권을 가지게 되어도 현실적으로 출마하는 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 20대 국회 최연소 당선인은 국민의당의 김수민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시 1986년생이었다. 그 외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보라 당선인(1983년생)과 부산 연제구에서 당선된 더민주 김해영 당선인(1977년생)이 유일한 20~30대였다. 해마다 많은 청년 정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러한 정책 역시 청년들의 목소리를 참고한 정책일 뿐, 청년이 국회에 직접 목소리 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이 되지 않고도 자신의 의견을 직접 국회까지 전달 할 수는 없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직접소통이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반영하여 지난 2017년 8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게시판을 개설했다. 국정 현안과 관련하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을 해준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누구나 쉽게 의견을 낼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애써 여론을 찾아보지 않아도 국민의 생각들이 한 데 모여 있고 어떤 사안에 관심을 가지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정책 결정에 있어 효율적인 지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과도기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포털 사이트 카페 게시판에 청원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어떤 주제와 관련된 청원이니 모두 (홈페이지로) 가서 서명하자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계정을 다르게 해서 인증하면 서명이 여러 번 가능 하다는 ‘꿀 팁’ 아닌 꿀 팁도 알려주고 ‘나는 벌써 n번이나 참여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글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청원도 문제가 된다. 국정 현안과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글부터 비방, 욕설 글까지. 아직 완전히 체계가 잡히지 않은 국민청원 게시판은 SNS 속에서 익명으로 대신 말을 전해주는 ‘○○대학교 대나무 숲’ 페이지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오히려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좋은 매개체라는 것이 반증되기도 한다.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일방적인 외침이 아닌 직접 소통이 원활해지면 질수록 더 좋은, 더 나은 의견들이 나올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청원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게시판을 폐지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재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한다. 무분별한 서명과 청원을 막는 정도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체계가 잡히면 문제를 일으키는 소수의 사람들은 자정 적으로 해결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촛불’로 정부를 바꾼 국민이 아닌가?
 
이희성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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