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생명력이 꿈틀대는 4월
[교단에서]생명력이 꿈틀대는 4월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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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4월이다. 매화에 이어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춤을 추듯 피어나며 봄의 왈츠를 선사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봄꽃과 함께 봄의 향기가 사람들을 바깥으로 유혹하는 4월의 아침, 교문을 들어서면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이른 아침 숲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처럼 싱그럽기만 하다.

만상이 혹한에 갇혀있고 잔설에 덮여 있어도 푸릇푸릇한 보리 싹이 돋아나는 들녘을 살피며 2월은 어김없이 봄을 손짓했고 3월의 들녘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겨울잠을 털어낸 자연이 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에 뒤질세라 서둘러 4월이 빠른 걸음으로 이 땅을 찾아 왔다.

봄 향기 따라 이미 들녘에선 달래, 냉이, 쑥, 돌나물 등이 자연의 생명력을 머금고 돋아나기 시작하니 이윽고 머위, 부추, 땅두릅도 밥상에 오르기가 바쁘다. 모두들 겨우내 얼어붙은 동토 밑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오래 참고 숱한 시련을 참아내며 우리들 곁을 찾아 온 것이다.

4월의 들녘은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봄의 전원을 지켜보고 있으면 촌각을 앞다투며 싱그런 초록이 우우우 일어나는듯하다. 나날이 다르게 채색되는 자연 앞에선 감탄사와 더불어 기쁨의 노래가 절로 새어나온다. 감사와 경이로움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4월은 생명의 달이고 희망의 달이다. 인디언의 달력에 4월은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이라고 예찬하고 있으며 T. S 엘리엇도 그의 시에서 ‘4월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노래했다. 잔인할 정도로 아름다운 4월은 도심의 회색벽에 갇혀 우물쭈물하는 사이엔 소리 없이 지나가고 말 것이다.

생명의 달이며 희망의 달 4월을 맞이하여, 가까운 곳에 산책할 수 있는 숲이라도 찾아 나서 보자.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좋다.

필자 역시,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좀 더 자주 아이들을 자연 속으로 데리고 다닐 것이다.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게 하여 봄의 전원에서 피어나는 제비꽃과 풀잎 사이로 사뿐히 피어나는 노란 달맞이꽃, 향기로운 라일락이 어우러져 매순간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밀의 화원에서 생명력이 그득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의 내면을 면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만물이 쉴새없이 꿈틀대는 봄날이 왔다. 겨우내 움츠리며 꽁꽁 묶어놨던 몸과 마음의 빗장을 열고 화사한 봄꽃의 향연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보자. 마음속에 잠재우고 있는 열망을 끄집어내어 볕을 쪼이고 활기차게 새로운 시작을 꿈꾸어보자. 4월을 터닝 포인트로 삼고 회색빛 우울을 걷어내고 우리함께 힘차게 봄기운에 흠뻑 젖어 볼 일이다.

 
최숙향(시인, 배영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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