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여성칼럼]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 경남일보
  • 승인 2018.11.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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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자기 옆을 지나던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손으로 치던 옆 반 남자 담임선생님이 있었다. 남학생들이 시험을 못 치면 앞으로 나오라고해서 성기를 잡아당기는 남자 생물선생님이 있었다. 지금도 그 교사 이름도 얼굴도 기억한다. 친구들끼리는 변태라고 불렀지만 정작 항의하거나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 때는 그 불쾌감이 성폭력인줄도 몰랐으며 어떻게 대응해야하는 지도 몰랐다. 물론 지금은 알고 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용인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너무도 안타깝게도 21세기를 달리는 지금의 학교 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미투’ 이후 우리사회에서 예외 공간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도심에서는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스쿨미투 1차 집회가 있었다. 학교에서 여성성을 강요받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들을 셀 수 없이 들어왔으며, 교사의 만연한 성폭력을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덮기 일쑤이며, 피해자에게 2차가해도 서슴치 않았다며 목소리 높였다.실제로 이날 집회도 학교징계의 위험을 피하고자 가이드라인을 세워 집회현장을 촬영하거나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사실 학교가 성평등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역시 경험한바 있어 놀랍지도 않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스쿨 미투’에 대하여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다. 용기 있는 너의 행동을 지지 한다 이렇게 답해주기를 기다렸을 학생들에게 ‘이거 쓴 사람 누구야?’라고 하고, 상급반에 가서 후배들 좀 잡아라로 답한다. 학생들은 대자보의 내용만으로 그 교사가 누구인지 모두 알 정도인데 당사자인 교사는 제보자 색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역시 생활기록부와 내신을 잡고 있는 교사라는 위계가 여지없이 작동되고 있다 이것은 인권감수성이 지나친 학생들의 교권침해도 아니며 일찍 성교육을 접한 아이들과 보수적인 학교 혹은 옛날 선생님의 충돌도 아니다. 이제껏 우리사회가 만들어 놓은 만연한 혐오문화가 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배우는 말 중에 “싫어요.안 돼요 도와주세요!”가 있다. 물론 앞뒤 맥락없이 이것만 가르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교육의 요지는 자신의 허락 없이 몸을 만진다면 “싫어요”, 억지로 함께 가자고 하면 “안돼요”, 위기상황에 처하면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라는 의미다. 이렇게 우리는 아이들에게 싫으면 싫다고 정확하게 의사표현하고 올바르지 않다면 “안돼요”를, 도움이 필요할때 “도와달라”고 말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학생들은 남과 여를 가르는 성별고정관념으로 인한 성차별을,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성폭력을 그만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들의 외침에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자. 변화는 함께 소통하고 더나은 방향을 고민할 때 시작된다.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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