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우정과 사랑
[월요단상]우정과 사랑
  • 경남일보
  • 승인 2018.12.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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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가을날 어느 길목에 고개 들고 피어있는 구절초같이 맑고 깨끗하면서도 자기만의 향기를 풍기며, 마치 꿈꾸는 듯한 눈을 가진 그러한 벗이 그립다. 낙엽 떨어지는 어느 날, 벤치에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벗이라면 연인이라도 좋다. 우정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을 나누면서 중후한 인품의 소유자로 감정과 행동을 다스린 채 신선한 꿈의 세계로 데려가 주는 듯한 그러한 벗이 참으로 그립다.

진실한 남녀의 우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믿으려 하지 않는다. 흔히 우정으로 시작해 사랑이 되고 또 결혼으로 나아가기 때문일까? 물론 사귈 때 우정과 사랑을 구별 못하는 건 아름다운 우정을 위해 취하는 방식과 수단이 올바르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더는 주고받을 것이 없어진 다음에야 황량한 가슴과 후회와 허무를 어찌 가눌 수 있었으랴.

진실로 말하자면, 서로가 맑고 조용히 자기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면 불행하게도 우정으로 시작하여 뜨겁게 사랑하지는 않았으리라. 아니 감성과 지성의 내면의 세계를 잘 키워갈 수 있었다면 드디어 사랑과 우정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의 관리를 잘 해낼 수 있었으리라. 그래서 우정의 그 자리에 자기만의 향기를 풍기면서 우정과 사랑을, 사랑과 우정의 관계를 잘 이어가지 않았을까?

서로가 부담감 없는 영원한 벗으로, 두 사람의 인간적인 성숙됨이 지속될 때 친구이면서도 연인인 듯 그렇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오랜 세월동안 인간적인 성숙도가 앞서가는 촉촉한 감성의 세계를 가슴속에 지닌 채 신선한 자기만의 향기로써 살아갈 수 있었으리라. 늘 조급하지 않고 내면의 세계를 맑고 조용하게 다스린 다음에야 친구인 듯 연인인 듯, 그렇게 나아갈 수 있는 태도야 말로 삶의 깊이와 넓이에서 풍겨지는 향기일 수밖에 없다.

우정으로 지내다가 사랑으로 변해 결혼해 버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경박증에 시달려서 이혼해 버릴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우정인 듯 사랑인 듯한 관계가 지속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아픔과 괴로움의 세월을 참아내고서야,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듯이, 사랑도 우정도 좋은 향기로써 끊어지지 않고 이어 갈 수 있는 인연이 되기 위해선 자기만의 내면의 세계를 아름답게 키워가야 하는 건 아닐까?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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