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입학식 풍경과 교육의 현주소
[교육칼럼] 입학식 풍경과 교육의 현주소
  • 경남일보
  • 승인 2019.03.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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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손자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왔다. 평생을 교육에 몸담은 필자 내외는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 학교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입학식은 간소하면서도 따뜻하게 진행되었다. 입학식장인 체육관은 난방을 하였고, 신입생을 의자에 앉힌 것이 보기에 참 좋았다. 관현악단의 식전 축하 연주는 우리 교육의 발전상을 압축한 것 같아서 감동적이었으며, 책읽기를 장려하는 동화 구연도 인상적이었다. 학부모들은 달라진 교육환경에 놀라워하기도 하고, 자녀들이 대접받는 것에 안도하는 표정도 역력하였다. 입학식을 끝낸 아이들은 담임교사를 따라 교실로 가고, 학부모들을 따로 모아서 ‘1학년 학부모교육’을 하는 것도 진일보한 입학식 풍경이었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아이가 잘 자라서 드디어 학생이 된 데 대한 기쁨과 대견함 못지않게 알 수 없는 불안과 긴장감도 교차하는 듯하였다. 학교는 최선을 다하여 준비하고 있는데 무엇이 학부모들을 긴장시키는가? 그 단초는 학부모의 입학 전 준비와 입학 후의 각종 교육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의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만으로 만족하거나 안심하지 않는다. 아이의 부모들은 입학식을 전후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는데 대부분 그 목적이 아이의 안전과 따돌림 방지, 그리고 대학 진학을 내다본 학력 관리에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시곗바늘 돌리듯이 관리한다. 아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정한다. 방과후학교를 마치면 보내야할 학원이 한두 개는 기본이고 많은 아이는 서너 개가 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학교에 가서 수학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영어는 초등학교에서 끝내야 한다며 1학년부터 영어 학원을 보내는 부모도 있다. 과학고등학교와 같은 특목고 진학은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정보에도 솔깃해진다. 이러한 과잉 교육은 모 방송의 드라마도 한 몫 거든다.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초등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돈이 더 든다는 경우도 있다는 이 현실이 과연 정상인가? 자녀교육이 결혼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둘 셋을 낳아도 많지 않을 텐데 한 가정이 채 한 명도 낳지 않는 저출산의 요인이 되고 있는 이 현실 앞에 교육은 나라의 희망이 되고 있는가?

학부모의 정보에는 잘못되거나 과대 포장된 것도 많지만 서글픈 교육현장을 적나라하게 반영된 것도 없지 않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와 가급적 놀지 않도록 당부한다는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를 찝쩍거리기라도 하면 그것이 큰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단다. 부모는 아이가 다른 아이와 싸워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 학교폭력에 연루되면 큰일이라며 장난기가 많은 아이의 부모는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들 또래에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들도 이젠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교육이 국가백년대계의 소임을 다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시대인 것 같다. 학교교육은 우수한 교사 집단과 최첨단의 교육환경에 의해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는 하나 소명의식에 의한 열정과 전문성을 다하는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요구될 것이다. 교육당국은 학교 밖 교육과정의 교육기회 불균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이 국가의 명운을 가른다는 각오로 나서야할 때라고 본다. 그리고 부모는 과잉 교육이 아이의 균형적인 성장 발달에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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