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 (222) 청도 육화산
명산 플러스 (222) 청도 육화산
  • 최창민
  • 승인 2019.06.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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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 작은 산 청계수 폭포 적석 흑석…, 산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 아름다운 사물을 꽃에 비유해 미화시킨 이름, 그래서 육화산(해발 675m)이다. 경북 청도와 경남 밀양의 경계에 있다.

 

깎아지른듯한 절벽.


 

이처럼 화려한 이름에 걸 맞는 풍광은 8부 능선에서 정상사이 약 1시간 동안 계속된다. 큰 산과 작은 산이 역동적인 마루금을 형성하고 청계수와 폭포수는 하얀 포말로 장수 골을 타고 흐르며 적석·흑석은 산허리를 관통한다.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암벽 길을 걷노라면 오금이 저리고 풍광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한다. 해발이 600m대로 낮은데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런 곳에 아름다운 경관의 산이 존재하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산 아래 S자로 굽이치는 동창천 주변에 전답을 비롯,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옥들이 정겹다. 강이 만든 비옥한 땅에 취락을 형성한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리학적으로는 구하도 지형을 자랑한다. 구하도(舊河道)는 말 그대로 과거에는 하천이었으나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는 흔적이 남은 지형을 말한다. 일부 구간에선 물길의 변형으로 생긴 호수, 소뿔 형태를 한 우각호도 보인다.

이 산은 산행 중에 여섯 가지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휴식할 때는 장구한 시간을 관통하며 변해온 동창천의 지형을 감상할 수 있는 신비로운 산이다.

당초 취재팀은 장연리 노인회관에서 정상에 오른 뒤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 흰덤봉까지 갔다가 출발지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정오께 내린 비에 쫓겨 중간에 장수골을 타고 하산했다.


 

 
▲등산로:청도군 장연리 장수골 노인회관→첫 번째 자연 전망대→산성터→날선 암릉→육화산정상→ 동문사갈림길→오치령갈림길→구만산갈림길→장수골→장수골노인회관 회귀→통일신라 삼층석탑. 9㎞에 휴식 포함 약 5시간 소요.


 
산딸기


▲청도군 매전면 장연리 장수골 노인회관에 주차하고 마을길을 따라 오르면 육화산까지 2.7km를 알리는 등산 안내판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시멘트 임도 끝까지 올라간다. 노란색 안내리본이 몇 개 보이는 왼쪽 숲으로 들어간다.

길가에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한 움큼 따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어디서 황소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따가지는 마시오” 혼비백산 도망치듯 등산로로 돌아간다.

출발 30분 만에 이장해간 묘지를 만난다. 봉분이 움푹 파인 빈 무덤이 섬뜩한데 평평하게 뒷정리를 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빽빽하게 들어차 고개만 숙이고 올라야하는 등산로가 계속된다.

어느새 하늘이 보이는 첫 바위전망대에 설수 있다. 전방에 산행의 출발지인 장수골마을과 장연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창천 상류에는 운문댐이 있고 하류에는 청도천, 밀양강, 낙동강이다.



 
암릉과 육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육화산 오름길


출발 1시간 20분 만에 두 번째 바위전망대다. 수량이 적어 지위를 잃어버린 폭포와 절벽 단애, 그 옆 계곡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움막집이 눈에 들어온다. 임산물 채취인들의 휴식처쯤 될 것이다.

이때부터 육화산 특유의 날선 암릉, 꿈의 산길이 시작된다. 한쪽은 천 길 낭떠러지, 반대편은 완만한 언덕 같은 산이다. 등산로는 산의 반쪽이 떨어져 나가버린 가장자리에 나 있다. 위험천만인데 흔한 로프, 흔한 쇠 난간이 하나 없다. 그래서 더 아찔하고 스릴이 넘친다. 둥근바위 위를 엉금엉금 기듯이 지난다.

성터를 지난다. 아니, 성 돌을 밟고 간다. 난공불락의 천연 요새 같은 지형에 또 성을 쌓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선시대 때 쌓은 석성 내리산성이다. 규모와 구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다고 한다. 육화산에서 줄기를 타고 뻗어 내린 능선의 서편으로 돌출한 험한 지형에 위치한다. 북쪽으로 1.3km 떨어진 장연리 산성과 함께 육화산성이라고 부른다고. 학자들은 두 성의 지리적 특성에 따른 상호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고.

성터를 지나면 눈앞에 날선 암릉과 위태로운 절벽이 다가온다. 이 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 시절 녹음은 절벽을 돋보이게 한다.



 
육화산 정상


2시간 만에 정상에 도달한다.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길쭉한 정상석이 앙증맞다. 전망이 없는 지역이지만 조금 벗어나면 주변 산세를 볼수 있다. 운문산 구만산 동내산 용각산 화악산 선의산이 이 산을 중심으로 에둘러 있다.

‘후두둑’ 빗방울이 나뭇잎을 때렸다. 늦은 오후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어둠이 짙게 깔리는 게 심상치가 않더니 기어이 점심 시간에 맞춰 비가 내렸다. 굵어지는 빗방울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빗물이 하얀 밥에 섞였다. 물김치도 자꾸 싱거워졌다.

도리없이 쫓기듯 내달렸다. 얇은 여름옷은 방비가 못되었다. 나뭇잎에 고인 물이 살에 바로 닿았다. 몸이 차갑게 젖었다. 경치는 사치였다. 10년 지기 낡은 등산화는 방수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 어느새 물이 스며들어 ‘미끄덩∼미끄덩’ 발바닥을 비웃었다.

동문사 갈림길을 지난다. 오른쪽 산 중턱에 동문사가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진행하면 오치령갈림길, 곧이어 송백리 갈림길, 구만산 갈림길이 차례대로 나온다. 오른쪽에 구만폭포가 있고 직진방향에 흰덤봉, 왼쪽 사면길이 장수골이다. 흰덤봉 길과 헤어져 장수골로 내려선다.

흰덤봉 가는 길엔 암벽등반 중 세상을 등진 산객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그 옆에 능사지굴이 유명하다. 이 일대에는 능사지굴 외에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구만굴 등 여러 구멍바위가 산재해 있다.



 
오후에 비가 개면서 솜사탕같은 구름이 피어 올랐다.


하산을 시작한지 20여분이 지났을 때 비가 그쳤다. 솜사탕 같은 구름이 산허리를 감고 돌았다. 신천지라는 말이 생각났다.

계곡 치고는 수량이 적었다. 지형이 험하고 바위가 많은 탓에 빗물이 금세 스며들어 흘러가버린 탓이다. 제주도가 그런 지형이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오후 3시가 채 안 돼 장연리 마을회관으로 돌아왔다. 비와 땀이 섞인 몸에서 신 냄새가 났다.



 
경주 불국사 다보탑을 닮은 장연사지 석탑


장수골 노인회관을 벗어나 계곡 건너편에 3층 석탑 2기가 보였다. 청도 장연사지 3층 석탑, 9세기 통일신라탑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돌탑만 남아 과거 영화를 말해준다. 사실, 영화랄 것도 없는 절이었던 것 같다. 주변에 당간지주 흔적, 금당 터, 석자재가 남아 있으나 대지 규모로 미뤄 아담하고 소박한 사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탑 4.6m 서탑 4.8m이다. 서탑은 무너져 개천가에 버려졌다가 1980년 2월 동탑 옆에 복원했다. 특히 할 점은 1984년 동탑 해체 보수공사 때 몸돌 1층에서 목재 사리합과 그 안에 장치했던 푸른색 사리병이 발견됐다. 가치가 인정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다. 전체적으로 경주 다보탑을 닮았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흰덤봉
내리성터
둥근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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