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96] ‘만화방초’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96] ‘만화방초’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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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뚫고 피어나는
청보라빛 아름다움
◇여름날의 꽃잔치 시작

세상을 움직이는 존재는 얼핏 보면 인간인 것 같아도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자연이다. 그 중에서도 꽃이다. 2월과 3월엔 매화가, 3월과 4월에는 진달래와 벚꽃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4, 5월은 철쭉이 상춘객들을 불러 모았다. 오뉴월은 아카시아꽃 향기에 실려 온 장미의 매혹적인 모습이 세상을 지배하더니, 유월부터 7월말까지는 수국이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도의 한 모서리, 경남 고성 거류면에 있는 비밀의 정원인 ‘만화방초’가 대한민국 꽃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시창작반 수강생들과 함께 수국이 꽃 잔치를 벌이고 있는 ‘만화방초’를 찾았다.

만화방초(萬花芳草), ‘온갖 꽃들과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을 지닌 수목원으로 ’비밀의 정원‘이라고도 불린다. 1997년 정종조 대표가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자 수국을 심기 시작하면서 조성한 정원으로, 수목원 전체 공간은 10만 평 정도인데 이 중 2만 평은 야생 녹차밭이 차지하고 있으며 야생식물도 700여 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식물 중, 만화방초의 꽃은 수국이다.

수국(水菊)은 물을 좋아 해서 수국이라 한다. 꽃의 색깔에 따라 냉정, 변심, 진심 등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6~7월 무렵 청보라색, 자색, 분홍색, 흰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핀다. 대체로 수국은 처음에 흰색으로 피기 시작하지만 점차 청색이 되고 다시 붉은 색을 더하여 나중에 보라색으로 변한다. 토양이 알칼리 성분이 강하면 분홍빛이 강하고, 산성이 강하면 남색에 가깝다. 따라서 육종하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땅의 성질을 바꾸어 꽃의 색깔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삽목으로 번식을 시키는데 옮겨 심어도 잘 살고 빨리 자라므로 키우기 쉽지만, 습기가 많고 비옥한 땅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추위를 타는 편이라 중부 지역에서는 정원보다 주로 화분에 많이 심는다.


 
 

◇자연과의 상생 실천하는 교육의 장

수국 축제 하루 뒷날인 월요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복잡하진 않았다. 만화방초 진입로에 세워둔 표지판에는 가로로 선명하게 써 놓은 ‘만화방초’와 세로로 ‘공사중’이란 글씨가 희미하게 씌어 있었다. 공사장에 쓰던 표지판을 재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수목원 입구 길바닥에는 하얀 페인트로 사슴과 잠자리, 나비 등의 문양을 그려 놓았다. 어린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그려 놓았다고 한다.

 


수목원 입구 왼켠에는 탐방객들을 위한 정갈한 휴식 공간이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연못을 조성해 놓았다. 새까만 올챙이들이 부들과 창포, 수련 그늘에서 한창 개구리로의 변태를 꿈꾸고 있었다. 수국밭에서 정 대표로부터 수목원을 조성한 목적과 과정, 수국 축제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수국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수국꽃길’을 걸었다. 수국이 만발한 언덕배기엔 나무로 만든 각양각색의 새 둥지가 있었다. 수국 줄기에 둥지를 튼 새들이 수국을 베고 나면 보금자리를 잃고 떠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정 대표가 손수 새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파트를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길섶 수국 그늘에는 버려진 국자와 숟가락을 휘어 버섯 모양으로 만들어 땅에다 심어놓았다. 지나가는 탐방객들이 모두들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수국꽃길’과 ‘편백나무숲길’, ‘숲속의 바다’가 어우러진 길은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처럼 아름다웠다. 탐방객들 모두가 탄성을 지른다. 연인과 가족들의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었다. 한낮인데도 햇살 하나 닿지 않는 그늘지고 아늑한 길이다. 편백나무 그늘에는 버려진 그릇이나 플라스틱 용기로 버섯 가족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숲속의 바다’에는 음료수 캔을 이용해 수많은 바람개비들을 만들어 놓았다. 바람맞이 언덕에 세워둬야 할 바람개비가 숲속에, 그것도 폐기물인 캔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몹시 궁금했다. 내려와 정 대표께 여쭤보니, 땅밑에 있는 두더지들이 수국 뿌리를 갉아먹어서 두더지들의 침범을 막는 방법을 창안한 것이 폐기물 캔 바람개비라고 한다. 바람개비에서 생기는 진동이 두더지를 퇴치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만화방초는 그냥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생태를 보존하고 동식물과 인간의 상생을 실천하는 교육의 장임을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선각자적 사고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과 생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힐링을 선사해 주는 것 같았다.



 
 
◇수국 수국, 수북 수북~

비밀의 정원, 만화방초에서 개최하는 수국축제는 올해로 두 번째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대학사회책임센터 소셜랩 동아리인 ‘수국!수북’에서 기획한 수국축제 기간에 지난해엔 만5000명이 참가했고, 올해는 3만명 정도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숲속에 수국이 수북하고 아름답게 피어있다’는 뜻을 가진 ‘수국!수북’, 송원근 지도교수와 학생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수국축제를 전국적인 명품 축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축제기간 중,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편백숲 음악회를 비롯해 고성 농요 공연, 통기타 공연, 고성 합창단 및 성악가 노래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눈과 귀를 호강시켜 주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호강을 누리는 순간이 힐링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방초에서 벽방산 쪽으로 1km 정도 올라가면 산 중턱에 무애암이 자리잡고 있다. 무애암에서 바라보는 거류산과 구절산, 당동 앞바다의 풍경도 정말 빼어나다. 그리고 거류산 기슭에 있는 ‘엄홍길전시관’,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갈모봉 등과 함께 탐방한다면 아주 좋은 힐링코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 서녘 하늘 붉게 물든 노을에서 진한 수국향이 배어나는 듯했다.

/박종현 시인, 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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