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MRO사업, 정부가 왜 간섭하나
항공MRO사업, 정부가 왜 간섭하나
  • 문병기
  • 승인 2020.03.03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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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던 사천 항공MRO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그냥 놔두면 알아서 굴러갈 일을, 굳이 정부가 나서 통제하고 간섭하려 하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토부는 최근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천은 중정비, 김포는 경정비, 인천은 화물기 개조와 해외 엔진업체 유치로 역할을 분담시키겠다고 했다. 이는 지역을 운항하는 항공기 특성을 고려해 항공MRO사업을 지역 맞춤형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렇게 되자 지역사회는 물론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MRO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업체가 아닌, 지역별 갈라먹기식 배분형태는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추상적인 계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천 항공MRO 사업을 뿌리채 흔들 수 있는 발상’이란 주장부터,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표본’, ‘정부가 앞장서 지역갈등을 조장한다’는 식의 볼멘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17년 국내 항공기 안전문제와 항공MRO 산업육성을 위해 KAI를 정부지원 항공정비(MRO) 사업자로 선정했다. 항공MRO 전문업체가 없어 연간 1조원 규모의 정비를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안전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토부는 ‘선택과 집중으로 한 지역을 특화시켜 외국과의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랬던 국토부가 이제와서 지역별 분산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당초 방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하니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KAI가 설립한 항공MRO 전문업체 한국항공서비스(KAEMS)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100명이 넘는 전문인력들이 제주와 이스타, 티웨이항공과 MRO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충실히 진행중이다.

여기에 항공MRO 전용단지에 중형여객기 3대나 대형여객기 1대를 정비할 수 있는 민수용 행거와 항공기 주기장 구축에 들어갔다. 민간업체는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 가는데, 왜 국토부가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지 알수가 없다.

지금 국토부는 비현실적인 지역 분산을 논할 때가 아니다. 사천을 중심으로 집적화를 통한 MRO산업 육성이 기본으로 전제된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공동으로 이를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해외 MRO업체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법제화하고, 이를 통해 부품과 엔진정비 등 MRO사업의 다각화도 추진해야 한다.

국내 MRO 관련 업체 유치를 위한 공동부지 조성과 시설 임차, 세제혜택은 물론, 군 정비창의 외주화 등을 국토부나 정부가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항공MRO사업이 제대로 성장하고 열매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사천에서 잘 추진되고 있는 항공MRO사업을 도와주진 못할 망정, 왜 국토부가 나서서 혼란을 야기하나. 설마 지역안배 운운하는 것이 다가올 총선에서 표를 구걸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주장들이 사실인가.

옛말에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을 깨지말자’고 했다. 이 일은 시장원리에 바탕을 둔 똑똑한 기업들에 맡기고 국토부는 더 이상 분란을 자초하지 마라. 지나친 규제와 간섭은 파국의 지름길이 된다.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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