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 부부 '아파트 육아일기'
황조롱이 부부 '아파트 육아일기'
  • 김영훈
  • 승인 2020.05.1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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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명석면 아파트에 둥지…새끼 5마리 부화·성장시켜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 부부가 진주시 명석면의 한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새끼 5마리를 부화한 뒤 이소(둥지를 떠남)를 준비하고 있어 화제다.

진주 도심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는 면 단위 아파트지만 인기척에 민감한 맹금류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 들어와 새끼까지 부화한 것은 이채로운 일, 입주민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주 명석면 소재 아파트단지 9층 하철원(60)씨 집에 진귀한 손님이 찾아온 것은 지난 3월 20일께.

황조롱이 암수 한쌍이 하 씨 아파트 베란다 바깥 쪽에 걸어둔 화분에 둥지를 틀었다.

하씨는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10일쯤 뒤 첫 알을 낳기 시작해 5개나 낳았다.

하 씨는 집으로 새가 날아들었다는 것에 호기심이 들기도 하고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특히 황조롱이 부부가 5마리의 새끼를 낳을 때 알 5개를 품기에는 화분이 작아 보여 종이 박스를 구해 베란다에 직접 둥지를 만들어줬다. 박스에는 신문지를 잘라 넣어 춥지않도록 해줬다.

황조롱이 부부가 번갈아 알을 품기를 시작한 뒤 한 달여만에 일주일 간격으로 알 5개 모두 부화했다.

하 씨는 “4개가 부화한 후 어미가 나머지 알을 둥지 구석에 처박아 둬 ‘전부 부화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어느 날 마지막 황조롱이까지 태어났다”고 했다.

알이 모두 부화한 후에는 암컷 황조롱이는 새끼 키우기에만 전념했다. 수컷 황조롱이는 둥지를 떠나 들쥐, 작은 새 등을 잡아와 새끼들에게 먹였다. 최근에는 새끼들 모두 건강해 털갈이를 시작하는 등 스스로 날 수 있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철원 씨는 17일 “제가 사는 곳이 산과 비교적 가깝고 시야가 트여 있어 황조롱이가 둥지를 튼 것 같다”며 “새끼를 다 키우면 떠난다고 하는데 남은 기간 힘을 더 길러서 부부와 새끼 모두 건강하게 잘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훈기자·일부연합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 튼 황조롱이와 새끼들 진주시 명석면 한 아파트 하철원(60)씨 집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 323호 황조롱이와 황조롱이가 낳은 새끼 5마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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