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전이 밀양 우롱…이래도 되나
[사설]한전이 밀양 우롱…이래도 되나
  • 경남일보
  • 승인 2020.10.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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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사태 당시 지역 민심 수습 차원에서 내놨던 유통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철회했다(14일자 1면). 여기서 ‘밀양 송전탑 사태’란 765㎸의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의 위치를 두고 밀양시민과 한국전력 간에 벌어졌던 일련의 분쟁을 말한다.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창녕군 소재 북경남변전소로 보내는 송전선과 송전탑을 ‘설치하겠다’ ‘안 된다’로 한전과 밀양 주민들이 맞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다툰 분쟁이었다.

이 싸움은 하도 격심하여 도중에 주민 세 사람이 분신자살을 하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일도 벌어졌다. 주민들이 공사장비 앞에 드러눕는 등의 사태도 다반사였다. 나중엔 국무총리가 현지에 내려오고 주민 농성장을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하고 경찰 20개 중대 2000여 명이 극한 투쟁을 제압하기 위해 투입되는 일도 있었다.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하고 심각해지자 한전에서는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지역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결국 지역발전 사업들을 제시했다. 즉, 밀양시에서 나노산업융합단지를 조성하면 나노산단 내 부지 10만1702㎡를 매입해 변전소를 짓고, 또 따로 부지를 사들여 자재 창고를 입주시키고 에너지 저장 장치, 유통센터 등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분쟁은 가라앉았고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한전이 밀양시민들에게 한 약속이었다. 그런데 한전은 지난해 12월 17일 나노산산 부지 조성사업을 맡은 LH측에 변전소 부지 매수 외 다른 시설 부지 매입과 건립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고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한전이라는 거대 공기업이 이래도 되는가. 급할 때는 국무조정실 주재로 주민들에게 약속해 놓고서 이제와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주민 기만이며 우롱이다. 한전은 ‘여건 변화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며 대안이 없다’고 하고 있단다. 그러나 한전은 밀양 사태 비슷한 일에 또 부닥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 때를 만나면 어쩌려고 스스로 신뢰성을 허무는가. 정부의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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