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지렁이 똥
[천왕봉]지렁이 똥
  • 경남일보
  • 승인 2020.10.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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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의 생애 마지막 논문은 ‘지렁이 똥’에 관한 연구였다. 세계적 석학이 주위의 빈정거림에도 불구하고 늘그막에 거실 항아리에다 하등 동물인 지렁이를 키우며 그 습성을 관찰했다. 40여 년의 연구 끝에 지렁이는 낙엽을 잘게 갈 뿐 아니라 작은 돌까지 부수어서 똥으로 배출해 건강한 무기질 흙을 만드는 것을 알게 됐다.

▶다윈은 “어떤 벌판이든 지표의 흙 전체가 몇 해 단위로 지렁이 몸통을 거쳐 왔고, 앞으로 거쳐 갈 것”이라고 했다. 쟁기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지렁이가 지구를 쟁기질 해 왔다는 것이다. 지렁이가 1년 동안 지구 표면에 똥으로 6mm 두께의 흙을 만든다고 한다. 먹은 음식의 20% 정도만 소화되고 나머지는 잘게 부수어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지렁이가 입자가 더 작은 나노 플라스틱을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 받고있다. 건국대 환경보건학과 안윤주 교수팀이 생활 속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진 5㎜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이 지렁이 몸을 거쳐 100㎚(나노미터·100만 분의 1㎜) 미만의 나노 플라스틱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규명해 낸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지렁이는 정상적인 정자형성을 방해받아 번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플라스틱의 역습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이 안 되는 현실이 됐다. 매일 같이 지구를 비옥하게 만드는 지렁이의 쟁기질이 멈춰질까 걱정이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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